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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대작은 자살행위, 작고 똘똘하게”

등록 2008-02-03 21:20수정 2008-02-04 15:20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장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장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장이 말하는 ‘한국영화 위기’ 돌파구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지난해 한국 영화 성적은 처참했다. 평균 수익률 -43%, 한 편당 평균 17억9200만원을 손해봤다. 손해를 안본 영화는 100편 당 11편, 수출도 전년보다 절반이 줄었다.

영화계에서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 이야기는 2006년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자주 나왔다. 문제의 원인 분석과 해법도 쏟아져나왔다. 모두가 인정하는 정답도 있다. 그런데도 영화계의 달라진 면모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큰 영화제작사 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의 대표이자 영화제작가협회를 이끌고 있는 차승재(48) 대표에게 이 늪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지 물어봤다. 그는 “지독한 경색 국면이지만 붕괴 위기는 아니다”라고 분석하며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한국영화가 잘되니까 새로운 도전이 줄었다. 부가판권 시장은 불법복제로 죽었다. 제작비는 높은데 극장값은 그대로, 수익률 낮으니 영화로 오던 자금들이 미술품 쪽으로 가버렸다

-지난해 볼만한 한국 영화가 없다는 말이 많았다. 한국영화 점유율도 2006년 60.4%에서 43%로 추락했다.

“한국 영화가 침체된 첫번째 이유는 좋은 영화를 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장이 나빠도 재미있으면 인기를 끈다. 10년 동안 한국 영화가 잘 되니까 새로운 기획에 대한 도전이 줄었다. 성공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니까 문제다. 모든 영화가 새로울 필요는 없지만 20~30%는 진보성을 가지고 가야 한다. 매출을 올릴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크다. 디브이디·비디오 등 부가판권 시장은 불법복제로 거의 죽었다. 지난 6년 동안 제작비는 2~3배 뛰었는데 전체 매출의 87%를 차지하는 극장값은 그대로이니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익률이 나빠지니 영화로 오던 자금들도 미술품 경매 쪽으로 가버렸다.”

-새로운 기획이 나올 뾰족한 방법은 있나?


“지금은 투자 환경도 변했고 큰 제작자들에 가려 창의적인 새 인력들이 제대로 자리잡기 힘든 게 사실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보다 벤처로 성공하자며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문제의 본질을 알고 생각하면 대응할 수 있다. 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만 해도 올해에는 기존 관행적인 제작은 줄이고 외부 독립프로덕션들의 아이디어와 우리 제작 역량을 결합하는 공동제작을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지난해 초에도 한국 영화 위기에 대해 차 대표와 인터뷰했다. 영화가 너무 많이 만들어져 출혈 경쟁한다며 제작비 절감을 주장했는데 지난해 통계를 보면 변한 게 없다. 제작편수는 오히려 늘었다. 영화계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맞는가?

“우리는 2006년에 12편을 개봉했는데 지난해엔 3편만 내놨다. 모두 잘 안됐지만…. 제작은 보통 3년이 걸린다. 지난해 한국영화 편수가 줄지 않은 것은 그 이전에 시작한 작품들이 개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실제로 많이 줄었다. 올해는 개봉작이 60~70편 정도로 크게 줄 것이다. 제작비도 5~10% 정도 줄어들었다. 매년 출연료를 10% 정도 올리던 배우들도 출연료를 안 올리거나 깎았다. 물론 메뚜기 한철을 노리는 배우들은 꿈적 않지만…. 지난해 영화 사상 처음으로 노사 임금·단체 협상이 체결돼 제작비가 올라갈거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제작 과정이 효율적으로 바뀌고 진행속도도 빨라졌다.”

해외자본 끌어들여 위험부담 줄이고 시장 외연 넓혀야 한다. 일본은 불씨 살릴 수 있다. 중국은 한국영화에 중독돼 있는데 돈이 안되는 게 문제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주요한 수익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익률이 너무 낮다.

“제작비를 더 절감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대작을 만드는 건 거의 자살행위다. 작지만 똘똘한 영화로 당분간 승부를 봐야할 듯하다. 대작도 만드는 과정부터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위험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 결국 매출을 늘려야 한다. 기형적인 국내시장에서는 아무리 파도 매출이 안 오르니 시장의 외연을 넓혀야한다. 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도 홍콩과 합작해 <외팔이> 시리즈를, 프랑스 영화사와 신경숙 원작의 <리진>을 함께 만들 계획이다.”

-수출도 2006년에 이어 지난해도 반토막 났다.

“일본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을 때 영화를 너무 비싸게 팔아서 파트너들이 수익을 못냈다. 믿을 만한 동업자를 잡아 장기적으로 가야 했다. 아직 불씨를 살릴 수 있다. 일본 디브이디·비디오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영화는 아직 팔리는 콘텐츠다. 중국은 유일한 희망이다. 중국 관객은 이미 한국 영화에 상당히 중독돼 있는데 불법복제로 돈이 안되는 게 문제다. 올해 베이징올림픽 이후 세계무역기구가 규정한 지적재산권 보호효력이 제대로 발휘되면 우리에게 주요한 수익원이 될 것이다.”

-영화제작가협회 차원에서는 올해 가장 중점을 둘 사업은 뭔가? 올해 전망은?

“부가판권 시장을 살리기 위한 불법다운로드 방지에 나설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캠페인도 시작했고 올해 <씨네21>과 함께 합법적인 콘텐츠를 여러 사이트에 올려 제대로 된 다운로드 시장을 키우려는 작업을 벌인다. 올해 한국 영화계는 전망하기가 어렵지만 지난해보다 중견 감독들의 기대작들이 많이 나오니 상황이 나아질 거라 기대는 한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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