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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눈 깜빡여 부르는 ‘생의 찬가’

등록 2008-02-10 19:17

영화 ‘잠수종과 나비’
영화 ‘잠수종과 나비’
영화 ‘잠수종과 나비’
<잠수종과 나비>(감독 줄리앙 슈나벨)는 뇌졸중으로 왼쪽 눈만 빼고 온 몸이 마비된 도미니크 보비의 이야기다. 도미니크 보비는 왼쪽 눈을 깜빡거리는 것으로 간호사와 소통해 자기 인생을 책으로 펴냈고, 영화는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영화 제작진은 보비의 불행을 동정해 쉽게 눈물을 뽑아내고자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 속에 구속됐지만 삶의 박동을 음미하길 주저하지 않았던 사람의 이야기다.

프랑스의 유명 패션 잡지 <엘르>의 편집장으로 아쉬울 것이 없었던 보비에게 불행은 난데없이 찾아왔다. 마흔셋이 된 보비는 아들과 함께 차를 운전하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만다. 다시 눈을 떴지만 그가 말하려 해도 사람들은 듣지 못한다. 정신은 멀쩡한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다. 그때부터 그는 치료사가 알파벳을 읊으면 자기가 말하려는 낱말의 철자가 나올 때 눈을 깜박이는 방식으로 말하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열다섯달 동안 20만번 넘게 눈을 깜박여 그는 인생을 향한 찬미가 가득한 회고록을 완성한다.

카메라는 전적으로 보비의 시선을 따라 움직인다. 아예 렌즈 테두리에 보비의 안경인 것처럼 검은 장치를 끼고 찍기도 했다. 관객은 카메라를 통해 보비가 되어 세상을 보게 된다. 보비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이며 관객만이 보비의 속사정을 내레이션으로 들을 수 있다. 의식이 몸에 갇혔더라도 보비는 젊은 간호사한테 가끔 마음이 설레고 옛 부인과 애인의 갈등 사이에 끼어 골치가 아프다. 중풍으로 자신을 찾아오지 못하는 아버지가 걱정되기도 한다. 영화는 그의 기억과 상상을 담담하게 좇는다. 보비는 일상을 견디며 “죽고 싶다”는 낱말을 “고맙다”로 바꿔써 간다. 슈나벨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칸 영화제와 올 1월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14일 개봉.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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