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아주르와 아스마르’
애니 ‘아주르와 아스마르’
프랑스 애니메이션 <아주르와 아스마르>(감독 미셸 오슬로)는 클로드 모네의 정원을 스크린에 흩뿌리는 듯 황홀한 시각체험을 선사한다. 실사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회화의 매력을 지녔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에서 종이를 섬세하게 오려 화면 위에 그림자 놀이를 펼쳤던 오슬로 감독은 그 독특한 그림자들과 함께 휘황한 색깔들의 향연을 벌였다.
이슬람과 유럽의 문명을 오가고 요정, 환상의 동물 등까지 끌어들여 볼거리의 성찬을 벌인다. 잎맥처럼 섬세한 선들이 모자이크를 이루며 모스크를 휘감는다. 유럽 저택의 정원엔 영롱한 색깔들이 뚝뚝 묻어난다. 역광 속에 선 사람의 모습이나 옷자락 등은 뭉툭하게 단색 처리해버리고 향신료 가게에 있는 장미 꽃봉오리 하나하나, 정향 알갱이 하나하나를 세밀화로 잡아내 역동적인 대비도 보여준다.
꿈결같은 영상에 비해 이야기는 단순하다. 갈등이 심하게 벌어지는 법 없이 마술의 힘이면 척척 해결된다. 금발에 푸른 눈인 아주르와 검은 피부의 아스마르를 아스마르의 친어머니 제난이 키운다. 아주르의 유모인 제난은 무엇이든 공평하게 나눠주며 둘에게 먼 나라에 갇힌 요정 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주르의 아버지가 제난을 빈손으로 내쫓고 아주르를 기숙학교에 보내 이별이 찾아온다. 청년이 된 아주르는 배를 타고 물을 건너 어렵사리 제난과 아스마르를 다시 만나고 요정 진을 찾아 떠난다. 아스마르는 유럽에서 당한 설움에 맺힌 한이 있고 아주르의 푸른 눈은 아스마르가 사는 곳에선 저주의 눈동자로 통한다. 문화와 인종에 얽힌 편견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21일 개봉.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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