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대니얼 데이 루이스, 여우조연상을 받은 틸다 스윈턴, 여우주연상을 받은 마리옹 코틸라르, 남우조연상을 받은 하비에르 바르뎀.(왼쪽부터) 로스엔젤레스/AP 연합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열쇳말로 ‘비주류의 약진’을 꼽을 수 있다.
24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은 독립·외국어 영화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기 시작한 아카데미의 최근 변화 흐름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조엘·이선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등 알짜배기 4개 부문을 휩쓸었고, 주·조연 연기상은 모두 미국인이 아닌 배우에게 돌아갔다. 코언 형제는 칸국제영화제에서 한 차례 황금종려상과 두 차례 감독상을 타는 등 이미 이름을 알렸지만, 그동안 아카데미에서는 <파고>로 각본상을 받는 데 그쳤다.
남녀 주·조연상 모두 미국인 아닌 배우들이 휩쓸어 ‘이변’
코언형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독상 등 4개 수상
비주류 영화를 만드는 파라마운트 빈티지가 제작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하 <노인을…>)는 미국감독조합상을 타고, 아카데미 8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올라 관심을 모았다. 에이피 통신은 <노인을…>의 수상에 대해 “코언 형제가 주변부에서 할리우드 주류로의 여행을 끝마쳤다”고 보도했다. <노인을…>은 우연히 돈 가방을 얻게 된 노동자와 그 돈을 빼앗으려는 연쇄살인범의 추격을 그리며, 황량한 서부를 배경으로 폭력이 지배하는 잔인한 세상을 차갑게 담았다.
역시 8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남우주연상(대니얼 데이 루이스)과 촬영상(로버트 엘스위트)을 가져갔다. 폴 앤더슨 감독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등을 받았지만 유독 아카데미에서만은 상복이 없었다. 코언 형제와 앤더슨 감독 이외에 감독상 후보들은 올해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새 얼굴들이었다. 외신들은 작품상 후보작들이 주로 비극적 결말을 그린 비주류 영화라는 이유로 올해 아카데미를 ‘핏빛 비주류 레이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작품·감독상이 인디 계열 영화에 돌아가긴 했지만 2005년 <크래쉬>의 작품상 수상을 돌이켜 보면 큰 이변은 아니었다. 이변으로는 여우주연상을 <라 비 앙 로스>에서 프랑스어로 연기한 프랑스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가 받은 점을 꼽을 수있다. 그는 1960년 시몬느 시뇨레 이후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 배우인 동시에 1962년 소피아 로렌 이후 처음으로 영어로 연기하지 않고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됐다. <라 비 앙 로스>에서 그는 에디트 피아프의 10대부터 노년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을 연기했다.
남우주연상은 <데어 윌 비 블러드>에 나온 영국 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 여우조연상은 <마이클 클레이튼>에 출연한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 남우조연상은 <노인을…>에 나온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에게 돌아갔다. 아카데미가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대체로 보수적인 대작을 선호하며, 외국어 영화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은 올해 시상식으로 옛말이 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는 유일하게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본 얼티메이텀>이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등 3개 부문을 가져갔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코언형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독상 등 4개 수상
제80회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감독상과 각색상을 수상한 조엘 코언(오른쪽)·이선 코언 형제가 트로피를 들고 서 있다. 로스엔젤레스/AP 연합
아카데미 수상명단
남우주연상은 <데어 윌 비 블러드>에 나온 영국 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 여우조연상은 <마이클 클레이튼>에 출연한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 남우조연상은 <노인을…>에 나온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에게 돌아갔다. 아카데미가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대체로 보수적인 대작을 선호하며, 외국어 영화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은 올해 시상식으로 옛말이 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는 유일하게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본 얼티메이텀>이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등 3개 부문을 가져갔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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