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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힘만 좋다고? 머리도 좋거든!

등록 2008-03-02 22:17수정 2008-03-05 16:34

‘람보 4’와 실베스터 스탤론에 대한 3가지 오해
환갑을 넘긴 실베스터 스탤론(62)이 감독·각본·주연까지 겸해 여섯 번째 록키 시리즈 〈록키 발보아〉와 〈람보 4: 라스트 블러드〉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코웃음 쳤다. 록키는 16년, 람보는 한술 더 떠 20년 만에 80년대 영웅의 속편을 하겠다니 그럴 만도 했다. 결과는? 2400만달러를 들인 〈록키 발보아〉는 1억5천만달러를 벌어 흥행에 성공했다. 5천만달러로 만든 〈람보 4〉(28일 개봉)도 8100만달러를 벌어들여 이익을 냈다. 록키와 람보의 부활을 스탤론의 자기만족을 위한 한풀이 정도로 깎아내리던 분위기에 한방 시원하게 먹인 셈이다.

람보와 록키는 198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캐릭터다. 그럼에도 ‘아메리칸 드림’과 ‘강한 미국’을 상징하는 이 두 인물을 만들어낸 스탤론은 근육만 있고 뇌는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고, 그의 작품은 평단의 야유를 받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가 정말 근육으로만 승부하는 배우였다면 쉰이 넘어서도 할리우드 최고 수준인 편당 출연료 2천만달러를 받을 수 있었을까? 80년대 흥행 보증수표였던 록키와 람보를 창조할 수 있었을까?

‘록키’ 각본 쓰고 감독도 겸해…시대 흐름 맞춰 ‘람보’ 변주
“4편은 80년대식 액션 그리워하는 대중입맛 갈파한 흥행작”

2000년대 후반,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이 누군지 보여주고 있다. 한 시대 대중이 원하는 걸 정확하게 짚어내 그런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할 줄 아는 엔터테이너란 사실을.



〈람보2〉의 장면들.
〈람보2〉의 장면들.
#오해 1. 스탤론에겐 근육만 있다?=그는 외모가 아니라 글재주로 스타덤에 올랐다. 30살에 전설적 권투선수 로키 마르시아노와 무하마드 알리의 시합에서 영감을 받아 〈록키〉(1976)의 시나리오를 쓴 그가 자신을 주인공 삼는 조건으로 영화사와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그 전까지 스탤론은 에로물이나 코미디 영화의 단역을 전전했다. 그는 모든 록키 시리즈의 각본을 썼고, 1편과 5편만 빼고 모두 감독까지 겸했다. 출간 10년이 지난 데이빗 모렐의 소설 〈퍼스트 블러드〉를 골라 〈람보〉(1982)로 성공을 뽑아내더니, 2편에선 영리하게 전편의 반사회적인 캐릭터 람보를 강한 미국의 상징으로 바꿔놓은 것도 그였다. 대중들은 이런 사실 이전에 그의 근육만 본다. 스탤론도 그걸 안다. 그래서 종종 이렇게 말한다. “대중은 나의 뇌가 아니라 근육을 믿는다, 내가 왜 그들의 환상을 깨야 하나?” 실제 그는 취미도 고상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을 유화로 옮기는 걸 즐기는 그런 사람이다.

#오해 2. 람보는 단순하다?=1500만달러를 들여 1억2천만달러를 벌어들인 〈람보1〉(퍼스트 블러드)(감독 테드 코트셰프)에서 람보는 ‘미국 만세’를 대변하는 마초가 아니라 부도덕한 공권력에 맞설 수밖에 없는 상처받은 주인공이었다. 베트남전에서 정신적 상처를 얻고 귀국했지만 부랑자 취급받으며 유치장에 갇힐 뻔한 그는 경찰관 200명을 상대로 그만의 전쟁을 벌이고 체포된다. 1편에서 람보 때문에 죽은 사람은 한 명뿐이다. 시리즈가 되면서 람보는 미국을 대변하는 단순한 초인으로 변해간다. 그래도 권력자에 대한 분노, 상처받은 캐릭터를 이어간 〈람보 2〉는 람보를 베트남으로 보내 설욕도 하고 소련군도 무찌른다. 흥행 성과는 훨씬 커져 3억달러를 벌었다. 영화 속에서 람보 혼자 죽인 사람 수는 58명이었다. 〈람보 3〉은 미국 제도권 비판마저 사라진다. 대신 람보 혼자 죽인 적의 수는 78명으로 늘어난다.

람보 시리즈는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 보수주의가 지배하던 80년대 미국 분위기와 냉전 체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가 됐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특수부대 출신 살인병기로 나온 〈코만도〉와 척 노리스의 영화가 인기를 끈 시대였다. 대중문화평론가 톰 홀러트는 한 책에서 “1980년대에 진행된 비산업화 흐름에 따라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남성적인 몸은 점점 쓸모없는 것이 되어갔다”며 “참전 용사와 히피의 중간적 형태의 외로운 투사인 람보는 그들이 잃어버린 남성성을 되찾아줬다”고 분석했다.


〈록키 발보아〉.
〈록키 발보아〉.
#오해 3. 60대 람보는 스텔론의 객기?=〈람보 4〉에서 람보는 뱀을 잡으며 타이에서 산다. 선교단체 교인들이 미얀마 정부군에게 핍박당하는 카렌족에게 약품을 전하려다 인질로 붙잡히자 람보가 구하러 나선다. 람보의 얼굴 피부는 늘어졌지만 날렵한 활 솜씨는 여전하다. 잔인함은 전편을 훨씬 뛰어넘어 람보가 죽인 사람 수는 세기도 힘든다. 평단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대중은 람보를 외면하지 않았다. 〈람보 4〉는 최근의 할리우드 흐름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지난해 〈다이하드 4〉는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으로 나와 80년대식 액션을 선보이며 성공했다. 올해는 〈인디애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으로 예순 살이 넘은 해리슨 포드가 돌아온다. 김종철 영화평론가는 “〈람보 4〉는 80년대처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액션의 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지능적 액션에 관객이 물려갈 즈음, 실베스터 스탤론은 80년대식 우악스러움과 향수를 선사하며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CM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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