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추격자’ 3주 연속 1위 비결은
‘메시지 전달’ 강박 버리고
식상하지 않은 스릴러 선사
‘메시지 전달’ 강박 버리고
식상하지 않은 스릴러 선사
개봉 4주째에 접어든 <추격자>(감독 나홍진)가 첫주를 빼고 3주 연속 흥행 성적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12일만에 100만, 20일만에 300만, 25일만에 360만명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보다 빠른 속도로 관객을 늘려가고 있다.
<추격자>의 선전은 예상을 깬 것이다. 한국 영화의 취약한 장르로 꼽혔던 범죄스릴러인데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사람도 영웅과는 거리가 먼 비호감형 성매매알선업자다. 주연 김윤석, 하정우가 스타도 아니고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니 흥행 공식에서 한참 떨어진 셈이다. 다른 영화처럼 주연 배우들이 방송 오락프로그램 나와 홍보에 나서지도 않았다.
미디어 노출을 늘려 첫 주에 최대한 많은 관객을 끌어 모은 뒤 점점 하향세를 타는 흥행 흐름을 <추격자>는 거슬렀다. 첫 주 목~일 관객이 68만명, 다음 주 같은 시기엔 80만명으로 늘며 뒷심을 발휘했다.
이 영화에 관객이 매료되는 까닭은 뭘까? 평론가들은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범죄스릴러 장르의 기본기에 온전히 충실한 점을 꼽는다. ‘누가 왜 쫓는가’라는 데 집중해 논리를 치밀하게 구성하고 추격전의 긴장감을 끝까지 밀고 간 점을 높이 산다. 김종철 영화평론가는 “이전까지 한국 영화에서는 공포이건 스릴러건 사회적인 문제 의식을 과도하게 집어넣으려는 강박이 있었다”며 “<추격자>는 이런 메시지에 압도당하지 않고 장르의 재미를 제대로 살렸다”고 설명했다. 성공한 범죄스릴러 <살인의 추억>이 80년대 사회에 대한 풍자를 신랄하게 녹였다면, <추격자>는 추격전의 긴장감이라는 장르의 기본 재미를 끌어올려 관객을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제작사 비단의 김수진 대표는 나 감독이 만든 10분짜리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를 보고 그와 작품을 만들겠다고 작정했다고 한다. “컷을 어떻게 자르고 이어붙이면 어떤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영상 세대로 자연스럽게 영상 문법이 몸에 밴 것 같았다.”
<추격자>는 장르의 기본기에 충실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진부한 설정을 비껴나 있다. 범인을 초반부터 밝혀버린다. 연쇄살인범의 범행 동기를 시시콜콜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살인범을 쫓는 주인공도 악인이며 개과천선하지도 않는다. 김 대표는 “반전을 위해 반전을 넣는 구태의연한 방식에 식상해진 관객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무시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추격자>가 사회적 메시지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접목시킨 점도 관객의 공감대를 넓히는 데 효과적이었다. 무기력한 공권력에 대한 묘사를 섞어놨다. 나 감독과 함께 1년 동안 영화를 다듬은 김 대표는 “성매매 여성들의 죽음에 무감각한 사회의 분위기를 녹여 넣으며 누구나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공감을 일으키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봉석 평론가는 “추격자는 한국인, 특히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격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분 한국 영화 범죄스릴러 바람을 이어받았다. <극락도 살인사건> <세븐데이즈> <더 게임> 등이 줄이어 나왔고, 다들 150만명 이상 관객을 모아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24> 등 범죄스릴러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관객들도 이런 장르 영화의 두뇌 게임에 흔쾌히 응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쇼박스 제공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쇼박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