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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짐 캐리보다 진지하게 웃기는 남자

등록 2008-03-16 20:57

마흔 넘어 전성기 맞은 배우 스티브 카렐
마흔 넘어 전성기 맞은 배우 스티브 카렐
마흔 넘어 전성기 맞은 배우 스티브 카렐
단역 전전·출연한 TV프로 단명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로 역전홈런
소심하고 선량한 미국 소시민 대변

요즘 미국에서 가장 웃기는 사나이는?

짐 캐리, 벤 스틸러, 잭 블랙, 애덤 샌들러, 윌 페렐…. 그리고 뺄 수 없는 이름이 스티브 카렐(45)이다. 짐 캐리(46)와 동년배인 카렐은 캐리가 마음대로 움직이는 얼굴 근육으로 코미디 황제로 등극할 즈음, 단역을 전전하며 30대를 보냈다. 그리고 캐리가 진지한 드라마로 눈을 돌리는 요즘 카렐은 캐리의 자리를 꿰찼다. 40대까지 주연 한번 못해본 이 배우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로 스타가 된 뒤 단숨에 정상에 올라섰다. 지난해 짐 캐리에게 주인공 자리를 이어 받아 ‘올마이티’ 시리즈 2탄 <에반 올마이티>에서 현대판 노아가 되어 방주에 탈 동물들을 불러모으는 이가 바로 그다. 그가 줄리엣 비노쉬와 함께 주연한 로맨틱코미디 <댄 인 러브>도 27일 국내 개봉한다.

스티브 카렐은 소심하고 선한 미국 소시민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이문식의 착한 평범함, 이한위가 지닌 약간의 엉뚱함, 천호진이 품은 진지함을 섞어놓은 코미디 배우쯤 되겠다. 짐 캐리의 강점이 기상천외한 괴짜 이미지라면 카렐의 무기는 진지하고 무심한 표정이다. 비주류 정서를 풍기면서도 잭 블랙보다는 ‘정상적인’ 주류 미국인에 가까우며, 애덤 샌들러에 견주면 중년의 피로가 더 묻어난다.

아직도 누군지 모르겠다? 불과 3년 전까지도 무명배우였으니 그럴만도 하다. 카렐의 인생은 완행 중에 완행 열차다. 거의 10년 연극무대를 전전한 그는 29살에 영화 <내 사랑 컬리 수>에서 본인이 아니면 기억하기도 힘든 단역으로 데뷔했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1995) 보조 출연자 오디션을 봤다 떨어졌고, 모처럼 출연한 코미디 프로그램 <데이나 카비 쇼>(1996)는 한달만에, <오버 더 톱>(1997)은 3주만에 종영했다.

그의 인생에서 첫 변곡점은 짐 캐리 주연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2003)로 찾아왔다. 짐 캐리가 기자 브루스 놀란역으로 나와 신에게 받은 초능력을 시험하며 2시간 동안 화면을 누빌 때 그는 놀란의 경쟁자인 앵커 에반 벡스터로 서너장면에 출연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브루스의 장난으로 뉴스 진행 중 횡설수설하며 침통한 표정을 짓던 그의 연기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5년, 그는 직접 각본에 참여하고 처음 주연을 맡은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로 마침내 홈런을 친다. 소심하고 수줍어 그 나이 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본 남자의 이야기는 예상을 깨뜨리며 2주 연속 흥행 1위를 차지했다. 그의 출연료는 단숨에 10배 뛰어 편당 500만 달러가 됐다. 그는 “이제 오디션을 볼 필요가 없어졌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인터뷰에서 감격해했다.

요즘 그의 모습은 ‘역전’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하다. 보조 출연자로도 환영받지 못했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진행을 맡기도 했고, <브루스 올마이티>의 속편은 아예 영화 속 그의 이름을 딴 <에반 올마이티>가 됐다. 이제 골든글러브와 에미상 후보에 오르는 게 자연스러워 졌고, 곧 개봉하는 <호튼>에선 스타들만 한다는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도 했다.

카렐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되레 그의 심각함에서 나온다. 항상 2대8 가르마, 평범하기 짝이 없는 면바지와 면티 차림으로 영화에 나온다. 외신은 “그의 웃음은 터무니 없은 대사를 근엄한 표정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그는 우울증에 걸린 프루스트 연구가로 꼬마 조카를 앞에 두고 자신의 처절한 실연 과정을 침통하고 진지하게 토로하며, <에반 올마이티>에서는 새들이 그의 머리에 똥을 싸대도 큰 눈을 꿈벅거릴 뿐이다. 그 자신은 “코미디의 캐릭터는 자신이 코미디물 속에 있다는 걸 몰라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뷰 때도 그는 진지한 엉뚱함을 선보인다. 생명의 소중함을 역설하다가 기자가 삶의 모토를 묻자 “때를 밀 때는 꼭 때수건을 쓰라는 것”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그가 맡은 역들은 동네 아저씨같은 보통 사람들이다. 거기에 바보같고 애잔한 느낌을 보태는 게 그의 필살기다. 그와 그의 영화들은 미국 중산층의 밝고 다정하고 따뜻한 면, 적어도 그런 바람을 대변하거나 충족시켜준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자기 코가 석자인 상담가 ‘동생의 여인’을 사랑하다
로맨틱 코미디 ‘댄 인 러브’

로맨틱 코미디 ‘댄 인 러브’
로맨틱 코미디 ‘댄 인 러브’
<댄 인 러브>(감독 피터 헤지스)는 왁자지껄 대가족의 좌충우돌, 그리고 시작하는 사랑의 알콩달콩 밀고당기기를 딱 달콤한 비율로 섞어 웃음을 날리는 피터 헤지스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다.

댄(스티브 카렐)은 신문에서 독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칼럼니스트이지만 실은 자기 코가 석자다. 부인이 숨진 지 4년째 세 딸들은 한창 반항의 계절을 지나는 중이다. 첫째 딸은 운전도 잘 못하면서 핸들 잡을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둘째딸은 3일 전에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며 2년 뒤에 사귀라는 아버지를 향해 “사랑의 파괴자”라고 울부짖는다.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도 “저도 머리가 있다고요”라며 자기 주장을 하기 시작한다.

호숫가 호젓한 이층집, 댄의 부모 집에 가족 행사로 족히 20여명은 되는 식구들이 모인다. 어머니 신부름으로 책방에 간 댄은 운명의 여자 앤 마리(줄리엣 비노쉬)를 만난다. 아뿔싸, 그 여자는 동생의 애인이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한 공간에서 부대끼는 북새통에서 사랑의 밀어를 나눠야 하는 상황 자체가 웃음을 자아낸다. 댄은 동생을 생각해 마음을 다스려보려 하지만 아침 운동 때 에어로빅을 추는 앤의 뒷태만 봐도 불타오르는 사랑을 자제할 수가 없다.

스티브 카렐이 나오는 영화의 특징을 이어 받아 <댄 인 러브> 속 인물들은 짓궂지만 선하다. 댄의 부모는 동네 여자에게 댄을 억지로 소개하는데 그 여자에게는 “돼지 얼굴”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댄이 울며 겨자먹기로 소개 장소에 나가려는데 식구들은 키득거리며 “돼지 얼굴”이라는 노래를 즉흥적으로 부른다. 그래도 이 가족은 서로가 힘겨울 때 기꺼이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들이다. 스티브 카렐과 줄리엣 비노쉬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가 코미디의 중심을 잡는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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