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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진행 미숙? 기자들의 무례?

등록 2008-03-30 20:23

저공비행
<도레미파솔라시도>의 기자간담회에 대한 말들이 그렇게 많은 것에 대해 놀랐다. 적어도 당시 진행자들에 대한 불평을 담은 기사가 두 개 이상 올라왔고 그 중 하나는 꽤 오랫동안 포털 메인 페이지에 떠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게 그렇게 기사화되어 성토될 정도로 심각한 행사였는가? 나도 어쩌다보니 일 때문에 그곳에 갔었는데, 내 대답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장근석이 지금 양수리에서 찍고 있는 영화 <아기와 나>의 스케줄 때문에 무대 인사를 펑크 내고 기자간담회에도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 때문에 기자들은 몇 분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뒤늦게 열린 포토타임이나 기자간담회 역시 조금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다다.

진행자들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그로서도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기자간담회는 시사회를 했던 상영관에서 그대로 진행되었고 곧 다음 상영작을 보러 들어올 관객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 판이었다. 이럴 때는 진행을 서두르는 것 이외엔 방도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자기 돈 내고 표를 사서 영화를 보러 들어오는 일반 관객들인가? 아니면 차예련 각선미, 장근석 성형 의혹? 같은 제목의 사진이나 올리는 게 일인 기자들일까? 어차피 ‘차예련 각선미’ 사진들은 충분히 올라갔고 배우들과 감독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기자들은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다. 대부분 기자들은 언제나처럼 기자간담회 내내 질문도 제대로 못 던지고 멀뚱멀뚱 배우들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들이 불평한 ‘질문 있는 분들은 손을 들어주기 바란다. 질문이 없으면 기자 간담회를 끝내겠다’라는 말은 거의 모든 기자간담회에서 진행자들이 하는 말이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는 상황 속에선 진행자라도 침묵을 깨고 행사를 정리할 수밖에 없다.

살다보면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한계 조건에 묶이게 된다. 장근석은 일 때문에 지각을 했고 그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 때문에 행사진행이 급해진다면 그것 역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왜 장근석의 입장은 이해가 되고 행사진행자의 입장은 이해가 안 될까? 왜 기자들은 그 주어진 한계 상황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지 말아야 하는가? 이건 일종의 도전이어야 하지 않을까? 괜히 심술이 올라 뒤에서 투덜거릴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내가 보기에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기분 나빴던 대상은 모두가 장근석을 기다리는 동안 싸움이 붙어 걸쭉한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요란한 욕을 퍼부었던 기자들이었다. 모르겠다. 내가 단순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공공장소에서 이런 식으로 대판 싸움을 벌이는 건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진행을 서두르는 것보다 훨씬 무례한 일이다.

듀나/소설가·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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