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다큐 만드는 황윤 감독
생태 다큐 만드는 황윤 감독
동물원 백곰 이상행동에
관객들은 ‘춤 춘다’며 박수…
그때부터 동물의 통역자 자처 도로는 동물의 무덤이 되고, 동물원에서 그들은 무기징역을 산다. 동물의 교통사고 ‘로드킬’을 다룬 <어느 날 그 길에서>(한겨레 3월19일치)와 동물원을 동물의 시각으로 그린 <작별>. 지난 27일 시작한 두 영화는 한국에서 처음 개봉한 생태 다큐멘터리다. 이 둘에 <침묵의 숲>까지, 7년 동안 동물을 찍어온 황윤(35)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자연 다큐멘터리라는 말을 붙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인간의 시선으로 동물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언어를 불완전한 도구, 카메라로 전하는 영매이고 싶어요.” 그는 이 두 작품을 만들 때 호랑이 ‘선아’에게 “너희 이야기를 잘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작별>에 나오는 선아는 자기 새끼를 돌보지 않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촬영 마지막 날 선아의 눈동자를 찍었어요. 그애 눈에 비친 건 저의 실루엣과 철창뿐이었어요. 친구의 마지막 말을 듣는 심정으로 찍었어요.” 선아는 촬영 이틀 뒤에 죽었다.
야생동물 편에 서서 이야기하는 황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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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 길에서>에는 해설자의 목소리가 없다. 대신 두꺼비, 고라니 등의 처지에서 상상해 쓴 자막이 지나간다. “눈에서 불을 뿜는 네 발 달린 짐승보다 빨리 달려야해.” 황윤 감독은 동물의 주검을 찍을 때 대체로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는다. “대지에 살아가는 거주자들의 눈 높이에서 도로를 봐야 하니까요. 밑에서 보면 바퀴는 더 크고 도로도 끝이 없죠.”
어느 날 밤은 황조롱이를 생각하다 유일한 안전판인 야광 조끼도 입지 않고 4차선 산업도로로 충동적으로 달려들어갔다. 그 앞으로 트럭이 지나갔다. “그 바람, 진동, 위압감…. 성인인 저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데 몸무게 200g밖에 안되는 황조롱이는 어땠을까….”
그가 동물의 통역자를 자처하고 나선 여정은 백곰에서 시작됐다. 영문학과를 나온 그는 극영화를 만들려고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뒀다. 식목일에 놀러간 동물원에서 그는 고개를 마구 흔들어대는 백곰을 봤다. 분명 이상한 행동이었는데 관객들은 곰이 춤을 춘다며 박수를 쳤다. “화창한 햇살, 고통스러워하는 곰과 기뻐하는 관객…. 마치 부조리극 같았어요.” 그래서 동물원을 찍기로 마음 먹었다. “그냥 동물을 보호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만 부르짖는 토목·삽질 경제 그 길에서 잠깐 멈춰 서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자는 거예요. 저는 동물도 사회적 약자로 봐요. 여성,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소수자 문제를 바라볼 때 그 가운데 하나만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더구나 생태계는 당장 우리가 살고 죽는 문제와 직결돼요.”
두 작품의 공동체 상영을 원하면 홈페이지(www.onedayontheroad.com)로, 응원을 하고 싶으면 온라인 카페 ‘팔팔이의 친구들’(cafe.naver.com/882friends)로 연락하면 된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관객들은 ‘춤 춘다’며 박수…
그때부터 동물의 통역자 자처 도로는 동물의 무덤이 되고, 동물원에서 그들은 무기징역을 산다. 동물의 교통사고 ‘로드킬’을 다룬 <어느 날 그 길에서>(한겨레 3월19일치)와 동물원을 동물의 시각으로 그린 <작별>. 지난 27일 시작한 두 영화는 한국에서 처음 개봉한 생태 다큐멘터리다. 이 둘에 <침묵의 숲>까지, 7년 동안 동물을 찍어온 황윤(35)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자연 다큐멘터리라는 말을 붙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인간의 시선으로 동물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언어를 불완전한 도구, 카메라로 전하는 영매이고 싶어요.” 그는 이 두 작품을 만들 때 호랑이 ‘선아’에게 “너희 이야기를 잘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작별>에 나오는 선아는 자기 새끼를 돌보지 않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촬영 마지막 날 선아의 눈동자를 찍었어요. 그애 눈에 비친 건 저의 실루엣과 철창뿐이었어요. 친구의 마지막 말을 듣는 심정으로 찍었어요.” 선아는 촬영 이틀 뒤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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