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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진군을 자극하는 무어의 솜씨

등록 2008-04-06 17:56수정 2008-04-06 20:27

저공비행
마이클 무어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이건 생각보다 골치 아픈 문제이다. 그가 만드는 영화가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정보’라고 쉽게 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마 무어의 비판가들은 <볼링 포 콜롬바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그의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이 영화를 비판하기는 아주 쉽다. 무어는 자신의 메시지에 끼워 맞추기 위해 멋대로 정보와 설정을 뒤틀거나 왜곡했고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그는 계좌를 만들면 총을 준다는 미시간의 은행에 들어가 한시간 만에 총을 들고 나오는데, 실제로 당시 그곳에서 일반 사람들이 총을 받으려면 열흘은 더 기다리는 게 정상이었단다. 그 장면도 연출된 것이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담은 건 아니다. 비판가들의 정치적 입장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그래도 그의 방법론에 대한 그들의 비판은 많은 경우 일리가 있다.

그가 좀더 진중하게 객관적인 현실에 접근하려 시도한 <화씨9/11>이나 <식코>의 경우를 봐도 ‘정보’라는 대답을 쉽게 할 수는 없다. 무어가 <식코>에서 많이 자제하긴 했다. 하지만 과연 미국 의료시스템에 대해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식코>를 보고 대단한 추가정보를 얻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답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지자들이나 반대자들이나 다들 마이클 무어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미리 알고 영화를 본다. 무어는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걸 말한다.

무어의 영화에서 중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그 정보를 다루며 관객들을 자극하는 무어의 솜씨이다. 그의 영화는 진군 신호와 같다. 그는 고함을 지르고 깃발을 휘두르고 반대파에게 욕설을 퍼붓고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 행동을 강요한다. 정보는 그렇게까지 정확하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건 감정과 메시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의 그렇게까지 깨끗하지 않은 전력이 오히려 그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무어의 의도와 딱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사실이 그렇다. 무어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일단 긴장하게 된다. 그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 나중에 낭패를 보게 된다. 특히 무어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관객들은 멍하니 영화를 보고 그 영화가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흡수하다간 작정하고 덤벼드는 비판가들을 이겨낼 수 없다. 그들을 정공법으로 맞서 이기려면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무어의 전력과 영화의 평판 덕택에 관객들은 더 매섭게 머리를 굴리게 된다. 이게 장점이 아니면 뭔가?

듀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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