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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할리우드 밖 뤼크 베송의 ‘거침없는 액션’

등록 2008-04-08 19:29수정 2008-04-08 19:50

그랑블루 / 택시 / 제5원소 / 테이큰
그랑블루 / 택시 / 제5원소 / 테이큰
영화 ‘테이큰’ 9일 개봉
리암 니슨이 <언더 시즈>에 출연했다면 어땠을까? 스티븐 시걸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실전 무술을 따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만, 피에르 모렐 감독의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은 전성기의 스티븐 시걸 못지않은 화끈한 액션을 보여준다. 당수로 목을 치고, 목뼈를 부러뜨리고, 상대의 힘을 이용해 벽에 집어던진다. <다크맨> <배트맨 비긴즈> 등에서 가끔 액션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리암 니슨은 결코 몸을 이용한 무술 액션에 능한 배우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미국 영화라고 착각하기 쉬운 <테이큰>을 만든 곳은 프랑스, 그리고 뤽 베송 제작이다. <마지막 전투> <그랑 블루> 등으로 각광받았던 뤽 베송은 1998년 <택시>를 제작하여 성공을 거둔 후 프랑스 오락영화의 대부가 되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제 5원소>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략을 가장 잘 모사한 비할리우드 영화였고, <트랜스포터>는 상업적인 장르영화의 전범과도 같았다. 뤽 베송은 프랑스 영화의 전통 바깥에서,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공식을 차용하여, 독특하면서도 세계 어디에서나 환영받을 수 있는 오락영화를 만들어냈다. 뤽 베송이 만든 다양한 오락영화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영역은 액션영화다. <트랜스포터> <키스 오브 드래곤> <13구역> 등은 액션영화의 팬이라면 누구나 열광할 화끈한 액션을 담고 있다. 액션 스타를 발굴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 태국의 토니 자가 무에타이 액션을 보여주는 <옹박>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스티븐 시걸과 장 끌로드 반담의 노쇠와 함께 B급 액션 스타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성룡과 이연걸, 홍콩의 무술감독들을 활용하여 홍콩 액션을 흉내 내는 정도로 만족했다. 할리우드는 단지 자신들의 카메라 앞에 이연걸과 성룡을 세워둔 것에 불과했고, 서극은 할리우드가 이연걸의 우아하고 강한 움직임을 전혀 잡아내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뤽 베송의 전략은 다르다. 뤽 베송이 제작한 <키스 오브 드래곤>에서 이연걸은 홍콩에서 보여주었던 그 강력하면서도 아름다운 액션을 한껏 과시한다. 또한 이연걸과 무술감독 원규 등을 영입한 것은 같지만, 단순한 차용에서 그친 할리우드와 달리 뤽 베송은 그들 없이도 강력한 액션을 연출할 수 있는 노하우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뤽 베송이 처음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어진 <야마카시>는 도시의 건물과 복잡한 지형을 자유롭게 오르고 뛰어내리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쾌감을 보여준다. 야마카시의 움직임은 피에르 모렐의 감독 데뷔작인 <13구역>에서 독창적인 액션으로 빛을 발한다. 지형지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육체의 모든 기능을 한껏 이용하는 <13구역>의 액션은 홍콩의 무술영화와도 분명하게 차별된다.

<테이큰>은 뤽 베송의 액션영화가 지향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인신매매 조직에게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 파리의 뒷골목을 뒤지는 전직 첩보원. 이야기는 신파적이지만 명료하다. 결코 주저하거나 물러서지 않는, 오로지 앞으로만 전진하는 액션. 딸을 찾는 과정에서 조우하는 모든 것을 부숴버리면서 <테이큰>은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간다. <테이큰>에는 할리우드 상업영화처럼 매끈하면서도, 망설임 없는 액션의 짜릿한 쾌감이 함께 존재한다. 뤽 베송은 관객을 매료시키는 오락영화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9일 개봉.

김봉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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