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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나랑 같이 죽일래? 유시시로 들어와!

등록 2008-04-13 22:40수정 2008-04-13 23:26

인터넷 범죄영화 ‘킬 위드 미’
인터넷 범죄영화 ‘킬 위드 미’
인터넷 범죄영화 ‘킬 위드 미’
영화가 시대의 거울이라는 명제에 동의한다면, 범죄 영화 역시 사회의 반영이라는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범죄 영화가 범람하는 이유는 범죄가 범람하기 때문이다. <추격자>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인성을 담당하는 뇌의 특정 부분이 거세된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성격장애)가 활보하는, 21세기 한국과 미국 사회의 적확한 반영이다. 스크린 속의 세상은 영화관 밖의 세상과 태연히 호응한다. 잘 만들어진 범죄 영화를 보는 마음이 불편한 것은 그래서다.

살인 생중계 훔쳐보는 관객도 공범…범행장소는 한국인

■ 접속자가 많을수록 빨리 죽는다 =17일 개봉하는 <킬 위드 미>는 인터넷 유시시 시대의 범죄 영화다. 영화에서 범인은 범죄 현장을 인터넷 유시시로 생중계한다. 아이피 주소를 계속 바꾸며 기생하는 복제사이트라서 아이피 추적은 불가능하다. 인터넷과 모든 살인 도구들을 연결시켜, 접속자가 많을수록 피해자가 빨리 죽도록 설정해 놓았다. 익명의 누리꾼들은 살인의 공범이 되는 줄 알면서도 사이트에 접속해 살인 현장을 훔쳐본다. 범행이 반복되면서 사이트가 유명해져 접속자 수의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는 속도 또한 빨라진다. 영화는 익명의 그늘에 숨은 누리꾼들의 관음증과 도덕적 불감증을 싸잡아 비판한다.

■ 범죄를 보는 관객의 이중적 태도 =관객은 범인의 잔인함에 치를 떨면서도 기상천외한 살인행위를 즐긴다. <킬 위드 미>는 관객의 이런 이중적 태도를 폭로한다. 영화에는 바깥에서 건물 안을 훔쳐보는 앵글이 자주 나오는데, 이 앵글은 범인의 시점이자 동시에 관객의 시점이다. 영화는 어느새 관객과 누리꾼을 모두 공범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범인의 목적이 살인 자체가 아니라 메시지 전달에 있듯이, 영화의 목적 또한 살인 자체를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말할 수 없이 잔인하지만, 결정적인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모방범죄를 양산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범죄 영화는 위험하다. 그러나 범죄 수법의 전시를 넘어 그에 대한 반성으로 읽힐 때, 영화는 정당성을 획득하고 관객은 비로소 안도할 수 있다. 아이피 추적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초반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원제 <언트레이서블>이 한국에서 더 선정적인 제목 <킬 위드 미>로 바뀐 것도 달갑지 않다.

인터넷 범죄영화 ‘킬 위드 미’
인터넷 범죄영화 ‘킬 위드 미’

■ 영화 속 한국 이미지 =영리한 인터넷 살인마를 추적하는 여주인공 제니퍼 마쉬 역은 <언페이스풀>의 다이안 레인이 맡았다. 에프비아이 특수 요원으로서의 강인한 면모와 싱글 맘으로서의 자상함을 고루 보여준다. 톰 행크스의 아들 콜린 행크스는 마쉬의 든든한 동료 그리핀 다우드로 나와 극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로 뛰는 형사 에릭 박스 역의 빌리 버크는 이마의 주름살만큼 심각한 구실을 해내지는 못한다.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아버지는 에프비아이 베테랑 수사관이었다. 호블릿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을 법하다. 마쉬의 딸이 태권도복을 입고 파란띠를 땄다고 즐거워하고, 주인이 없는 틈을 타 범행에 이용되는 장소로 한국인의 집이 나오는 등 곳곳에 한국 이미지가 출몰하는 것은, 호블릿 감독이 ‘인터넷 강국’ 한국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쌈지아이비젼영상사업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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