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나쁜 피'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프랑스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드니 라방이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4일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쌈지 2층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핸드프린팅을 했다. 연합뉴스
'캡틴 에이헙'으로 전주영화제 찾아
전형적인 미남형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격정과 광기에 휩싸인 표정으로 카리스마를 내뿜는 배우. 프랑스의 드니 라방(47)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 전주를 찾았다.
그가 출연한 영화 '캡틴 에이헙'(감독 필립 라모스)이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 경쟁부문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4일 오후 모자를 눌러쓴 채로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그는 플래시 세례를 받자 "벗을까요? 촬영 때문에 머리가 짧아서 쓴 건데요"라고 소탈하게 웃으며 모자를 벗었다.
질문을 받기에 앞서 민병록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1991)을 화제로 꺼내면서 "퐁네프 다리 위에서의 촬영이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고 소개하자 그는 "정말 어려운 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촬영에 무려 3년이 걸렸습니다. 다리 위에서의 촬영도 그랬고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었죠. 그럼에도 즐거웠습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살아 있는 작품으로 남았기 때문에 제 기억에도 역시 깊이 남아 있습니다."
1982년 '레미제라블'로 데뷔한 그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 '나쁜 피'(1986),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알렉스란 이름의 주인공을 맡아 레오 카락스 감독의 페르소나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17년 만에 옴니버스 영화 '도쿄!'로 카락스 감독과 다시 만났다.
그러나 그는 카락스 감독에 대한 질문에 의외로 "그동안은 배우와 감독으로서의 관계만 있었을 뿐 우정은 이제야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으로 시작한 저를 영화계로 이끌고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키워준 감독이죠. '소년, 소녀를 만나다' 때 저는 20살, 그는 21살이었습니다. 그는 실제로 낙하산을 짊어지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연기를 시키는 식으로 배우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감독이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작업 외에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을 투영한 인물을 만들고 저는 그 인물을 연기할 뿐이었죠. 이제야 우정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우리의 새로운 관계는 앞으로 펼쳐질 것입니다." 젊은 시절 강렬한 눈빛과 반항적인 분위기로 여성 관객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는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영화 관객이 그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제 원래 직업은 연극인입니다. 무대 위에서 살아 있는 연기를 하는 걸 좋아합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훌륭한 감독과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지 작품과 관계 없이 많은 상업영화를 찍으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생각 있는' 영화에만 출연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꽤 확고해 보였다. 그는 자신을 "프랑스 영화계에서 이방인 또는 주변인"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긴장이 있고 여러 문제가 있는 사회입니다. 그렇지만 대중이 끊임없이 만날 수 있는 영화는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는 영화'들이죠. 사회적 참여도, 성찰도 없습니다. 제게는 시대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작품이 매력적입니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서도 진지한 사회적 시각을 갖춘 (헝가리 거장) 벨라 타르 감독과 함께 초청받았다는 사실이 제게는 큰 영광입니다." 지난해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캡틴 에이헙'은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이지만 1956년의 영화 '모비딕'과는 상당히 다르다. 영화는 캡틴 에이헙의 삶을 좌우한 흰 고래가 아니라 에이헙 선장의 일생에 주목한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시나리오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시적이고 아름답고 낭만적이었습니다. 또 누구라도 탐낼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즉각적이고 본능적으로 연기를 할 수 있는 역이니까요. 오히려 제작진이 저 말고 다른 배우를 찾을까 걱정했습니다(웃음)." 그는 1997년 김기덕 감독의 '야생동물 보호 구역'에 출연해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작업한 게 불과 하루였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부터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느낌이 왔죠. 자신 있는 작품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언제나 저의 출연 기준은 '시나리오가 마음에 드는가'입니다. 김 감독과는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는데도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그는 첫 방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미리 연습해 온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낯선 나라를 처음 방문하는 건 기쁜 일이죠. 영화 덕분에 여행을 많이 하게 되는데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전주에는 어젯밤 늦게 도착해 아직 말할 수 있는 게 없지만 한국에서 저를 초대해 준 것이 정말 고맙습니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전주=연합뉴스)
"그는 연극으로 시작한 저를 영화계로 이끌고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키워준 감독이죠. '소년, 소녀를 만나다' 때 저는 20살, 그는 21살이었습니다. 그는 실제로 낙하산을 짊어지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연기를 시키는 식으로 배우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감독이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작업 외에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을 투영한 인물을 만들고 저는 그 인물을 연기할 뿐이었죠. 이제야 우정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우리의 새로운 관계는 앞으로 펼쳐질 것입니다." 젊은 시절 강렬한 눈빛과 반항적인 분위기로 여성 관객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는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영화 관객이 그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제 원래 직업은 연극인입니다. 무대 위에서 살아 있는 연기를 하는 걸 좋아합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훌륭한 감독과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지 작품과 관계 없이 많은 상업영화를 찍으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생각 있는' 영화에만 출연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꽤 확고해 보였다. 그는 자신을 "프랑스 영화계에서 이방인 또는 주변인"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긴장이 있고 여러 문제가 있는 사회입니다. 그렇지만 대중이 끊임없이 만날 수 있는 영화는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는 영화'들이죠. 사회적 참여도, 성찰도 없습니다. 제게는 시대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작품이 매력적입니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서도 진지한 사회적 시각을 갖춘 (헝가리 거장) 벨라 타르 감독과 함께 초청받았다는 사실이 제게는 큰 영광입니다." 지난해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캡틴 에이헙'은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이지만 1956년의 영화 '모비딕'과는 상당히 다르다. 영화는 캡틴 에이헙의 삶을 좌우한 흰 고래가 아니라 에이헙 선장의 일생에 주목한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시나리오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시적이고 아름답고 낭만적이었습니다. 또 누구라도 탐낼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즉각적이고 본능적으로 연기를 할 수 있는 역이니까요. 오히려 제작진이 저 말고 다른 배우를 찾을까 걱정했습니다(웃음)." 그는 1997년 김기덕 감독의 '야생동물 보호 구역'에 출연해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작업한 게 불과 하루였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부터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느낌이 왔죠. 자신 있는 작품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언제나 저의 출연 기준은 '시나리오가 마음에 드는가'입니다. 김 감독과는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는데도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그는 첫 방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미리 연습해 온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낯선 나라를 처음 방문하는 건 기쁜 일이죠. 영화 덕분에 여행을 많이 하게 되는데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전주에는 어젯밤 늦게 도착해 아직 말할 수 있는 게 없지만 한국에서 저를 초대해 준 것이 정말 고맙습니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전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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