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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강우석 감독 “흥행이 절박하다, 이번엔 엄살 아니다”

등록 2008-05-06 19:21

강우석 감독
강우석 감독
내달개봉 ‘강철중’ 강우석 감독
제작비 절반 빚으로 충당
‘꼴통 강형사’와 멋있는 ‘적’
‘재미’있는 영화로 정면 승부

6월 개봉 예정인 새 영화 <강철중>을 준비하고 있는 강우석 감독이 “이번 영화가 흥행하지 못하면 영화판을 떠날 것”이라고 지인들에게 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영화계 은퇴” 운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주위에선 “(이번엔) 어감이 다르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실미도>로 한국 영화 천만 관객 시대를 처음 열어젖힌 충무로 파워맨이자 감독으로서 거의 실패한 적이 없는 흥행의 귀재, 그리고 타고난 승부사인 그의 진심은 뭘까? 지난 5일 충무로 사무실에서 강 감독을 만났다.


‘강철중’역의 설경구(왼쪽) / ‘산수’역의 이문식은 첫 등장부터 스태프들을 웃겼다고 한다.
‘강철중’역의 설경구(왼쪽) / ‘산수’역의 이문식은 첫 등장부터 스태프들을 웃겼다고 한다.

“떠나겠다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옛날처럼 객기부리는 말이 아니에요. 옛날엔 정말 자신감의 표현으로 그런 말 많이 했지만, 이젠 더 이상 손 벌려서는 영화 못하겠다는 거에요. 흥행 못하면 투자금의 절반이 빚이 되는데 어떻게 영화를 계속합니까?”

시네마서비스의 공기업화를 선언하고 영화 연출에 전념하겠다며 그가 회사를 떠나 있던 2006년, 그리고 투자자들의 등에 떠밀려 복귀한 2007년, 시네마서비스는 큰 손실을 봤다. “줄을 서던 투자자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돈을 빌려서 영화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는 “2년 사이에 투자한 10여 편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돈을 제일 많이 까먹은 영화사가 됐다”며 “44억원을 투자한 <강철중>의 절반이 차입이고, 하반기 개봉하려고 제작 중인 <신기전> <모던보이>는 30%가 차입”이라고 말했다.

빚을 내면서까지 영화를 계속 만드는 이유는 뭘까? 바닥모를 추락 상태인 한국영화를 살릴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특유의 자부심과 “왜 아직도 나뿐이냐”는 짜증이 그의 마음속에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쳐다보고 있으려니 너무 괴로워요.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저에게 한국영화 좀 살려달라고 합니다. 영화 하나 쾅 터뜨려서 그 돈으로 또 영화 만들고 하래요. 강우석이도 못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냐고들 한대요. 아직도 내가 충무로에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짜증이 나요. 사람이 이렇게 없나. 잘나가는 후배 감독들은 영화 하나 터지면 2~3년 놀아요. 1~2편 만들면 다들 대가가 돼 있고, 특강이나 하러 다니고. 감독이 무슨 명예직인가요. 1년 이상 쉬는 후배들한테 저는 ‘전직 감독’이라고 놀려요. 2년만 더 놀면 아무도 너 기억 못할 거라고.”

대화가 진지한 주제로만 치닫자 그는 몹시 부담스러워했다. “재미있는 영화 만들겠다는 놈이 한국영화를 다 짊어진 것처럼 굴면 되겠느냐”면서. “재미있는 영화에 대한 갈증을 새삼 느껴” 만들기로 했다는 <강철중>은 <공공의 적> 1-1편이다. 2편에서 검사로 직업이 바뀌었던 주인공 강철중(설경구)은 다시 “꼴통 형사”로 돌아간다. 방점은 정재영이 연기하는 ‘적’인데,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조직형 깡패다.

“<공공의 적> 1편을 넘어서려면 달라야 해요. 1편에서 이성재가 연기한 ‘적’은 처음부터 그냥 나쁜 놈이었어요. 이번에 시나리오를 쓴 장진 감독과 내가 선택한 것은 ‘멋있고 유머러스한 적’이에요. 때론 강철중보다 더 웃기면 어떠냐는 거죠. 5년 전의 혈기왕성했던 강철중이 변한 모습도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 거에요. ‘산수’ 역의 이문식과 유해진은 역시 첫 등장부터 스태프들을 웃겼고.”

그가 연출한 작품 치고 흥행에서 실패한 작품은 별로 없다. 그는 시대와 관객의 심리를 읽는 동물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 그런 그의 눈에 한국영화의 위기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실망이 쌓여서 생긴 일”로 보인다. 해법 역시 관객에게 있다고 믿는다.

“할리우드와 우린 다릅니다. 할리우드의 막대한 제작비에 기죽을 필요 없어요. (1800억원 들었다는) <아이언맨>을 보고 나서 2시간 동안 얘기할 한국 사람은 아무도 없죠. 그런데 <추격자>는 계속 얘기할 거리가 있는 거예요. 바로 우리 시대가 보이잖아요.”

가장 안타까운 일이 “이제 막 데뷔한 신인 감독들이 더 이상 영화를 찍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하는 강우석. 한국의 영화산업이 한여름의 땡볕에 흐물흐물해진 철로라면, 그는 절박감과 사명감이라는 두개의 바퀴로 그 철로 위에서 전진해야만 하는 숙명의 기관차처럼 보인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강우석 필모그래피

한반도(2006) 공공의 적 2(2005) 실미도(2003) 공공의 적(2002)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1998)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1996) 투캅스 2(1996) 마누라 죽이기(1994) 투캅스(1993) 미스터 맘마(1992)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 열 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 노래(1991)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1991)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 달콤한 신부들(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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