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유에 대한 불편한 진실>
자연의 복수 광우병뿐이랴?
온통 광우병 얘기다. 먹거리와 관련된 사안의 폭발성은 일찌감치 확인된 바 있다.
공업용 기름 라면과 고름우유 파동이 그랬고, 포르말린 골뱅이와 쓰레기 만두 사건이 그랬다. 광우병에 이르러 좀 더 명확해진 것은, 먹거리 문제도 결국 인간의 욕심이 초래한 결과라는 점이다. 자연의 섭리를 파괴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는 벌써 시작됐다.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던 환경 문제는 먹거리 문제로 와서야 비로소 우리 자신의 문제로 인식된다.
먹을거리-검은 원유의 공포 등 충격 고발
와중에도 장엄하게 숨쉬는 야생 있으니…
영화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온 서울환경영화제가 5번째 행사(5월22~28일 상암씨지브이, greenfestival.or.kr)에서 먹거리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지난해 영화제에서 공장화된 농장 시스템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한 <미트릭스>를 상영한 데 이어, 올해도 먹거리 산업에 대한 충격적인 고발과 뼈저린 반성을 스크린에 불러왔다.
<우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우유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장편 다큐멘터리다. 4명의 친구가 미국의 서부에서 동부까지 대륙횡단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우유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완전식품의 탈을 쓰고 소비돼 왔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한다. 1988년부터 93년까지 우유에 대한 의학적 연구 보고 중 우유를 건강식품으로 언급한 사례는 전무했으며, 젖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 등 우유를 생산하는 목축업계가 내뿜는 온실가스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양의 23배에 이른다고 이 다큐멘터리는 밝힌다.
알프스 산에서 목동들의 보호를 받으며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이 <우유에 대한…>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그레이나, 마지막 치즈의 맛>은 수제 치즈를 만드는 한 목동 가정을 통해 대량 생산과 소비를 조장하는 현대화의 물결을 성찰하는 단편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이 산속 마을도 이제 “유럽의 기준에 맞춰 현대화”돼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또 다른 단편 <쇼핑>은 송아지가 쇠고기로, 핸드백으로, 비누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이한 여행 같은 작품이다.
환경영화제라고 다큐멘터리만 트는 것은 아니지만, 다큐멘터리 광들에게는 놓치기 아까운 다큐의 보고다. 3천~5천원으로 알찬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상영하는 160여 편의 영화 중 황혜림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최고로 꼽는 작품은 개막작 <지구>다. 문자 그대로 북극에서 남극까지, 지구 곳곳에서 계절의 변화와 생명의 신비를 펼쳐보이는 <지구>는 경이로운 다큐멘터리 대작이다.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리는 북극의 설원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북극 곰 가족, 죽음의 사막 칼라하리에서 물을 찾아 먼 길을 떠나는 아프리카 코끼리 등 <지구>가 포착해 낸 야생의 숨결은 생생하고 매혹적이다. 수십 명의 전문 인력이 5년여의 제작기간 동안 200여 곳에서 촬영했다. 영국과 독일이 합작해 만든 이 장편 야생 다큐는 일본과 독일에서 다큐멘터리로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했으며, 올 여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환경 파괴로 멸종하는 것은 야생동물만이 아니다. <푸지에>와 <눈을 이르는 마흔아홉 가지 단어>는 개발논리를 앞세운 문명의 발톱 아래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보여준다. <푸지에>는 기후변화로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유목생활이 어려워진 몽골 초원의 소녀 푸지에의 이야기를, <눈을 이르는…>은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설원과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누이트족의 사연을 담았다. 석유문명의 직접적인 폐해인 기름 유출 사고를 다룬 영화가 많은 것은 시의적절한 기획이다. 서울환경영화제가 제작 지원한 복진오 감독의 <검은 눈물>은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이 유조선과 충돌하면서 빚어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를 기록했다. 바닷가를 뒤덮은 검은 원유의 공포, 100만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가져다준 감동에 이어, 지금 태안에는 분노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무수한 생명들이 죽어가고, 어민들도 죽어가고 있다. 이희중 감독의 <기름유출 그 후…희망을 찾는 사람들>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뒤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아르얀 란의 <바다의 아들>과 제인 암스트롱의 <해양오염을 막아라>는 2002년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스페인 북서부 해안에서 좌초한 사고를 다뤘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아이와 함께 볼만한 관경영화 갈 곳 없어진 물의 정령 서울환경영화제 ‘지구의 아이들’ 부문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볼 만한 영화들을 상영한다.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은 전설 속 물의 정령 갓파와 만나면서 특별한 여름방학을 보내게 되는 소년 고이치의 모험을 그린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원래 맑은 물에서 살아야 하지만, 도시화로 파괴된 환경에서 살 곳을 찾지 못하는 갓파라는 존재를 통해 잃어버린 자연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짱구는 못 말려> 티브이 시리즈에 참여했으며, 같은 작품의 극장판을 연출했던 하라 게이이치가 감독을 맡았다. 올 여름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비루함까지 안아주는 숲
<피아노의 숲>은 숲 속에 놓인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깨닫게 된 소년 카이가 피아니스트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잇시키 마코토의 인기 만화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악보도 읽을 줄 모르던 카이가 피아노 영재로 교육받아 온 도시 소년 슈헤이를 만나 경연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커다란 정신적 혼란을 겪지만, 숲 속에서 자유롭게 피아노를 칠 때 비로소 가난한 일상의 비루함을 잊고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줄거리다.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연주로 귀까지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이재성 기자
와중에도 장엄하게 숨쉬는 야생 있으니…
맨 위부터 <푸지에><지구><검은눈물>
환경영화제라고 다큐멘터리만 트는 것은 아니지만, 다큐멘터리 광들에게는 놓치기 아까운 다큐의 보고다. 3천~5천원으로 알찬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상영하는 160여 편의 영화 중 황혜림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최고로 꼽는 작품은 개막작 <지구>다. 문자 그대로 북극에서 남극까지, 지구 곳곳에서 계절의 변화와 생명의 신비를 펼쳐보이는 <지구>는 경이로운 다큐멘터리 대작이다.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리는 북극의 설원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북극 곰 가족, 죽음의 사막 칼라하리에서 물을 찾아 먼 길을 떠나는 아프리카 코끼리 등 <지구>가 포착해 낸 야생의 숨결은 생생하고 매혹적이다. 수십 명의 전문 인력이 5년여의 제작기간 동안 200여 곳에서 촬영했다. 영국과 독일이 합작해 만든 이 장편 야생 다큐는 일본과 독일에서 다큐멘터리로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했으며, 올 여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환경 파괴로 멸종하는 것은 야생동물만이 아니다. <푸지에>와 <눈을 이르는 마흔아홉 가지 단어>는 개발논리를 앞세운 문명의 발톱 아래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보여준다. <푸지에>는 기후변화로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유목생활이 어려워진 몽골 초원의 소녀 푸지에의 이야기를, <눈을 이르는…>은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설원과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누이트족의 사연을 담았다. 석유문명의 직접적인 폐해인 기름 유출 사고를 다룬 영화가 많은 것은 시의적절한 기획이다. 서울환경영화제가 제작 지원한 복진오 감독의 <검은 눈물>은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이 유조선과 충돌하면서 빚어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를 기록했다. 바닷가를 뒤덮은 검은 원유의 공포, 100만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가져다준 감동에 이어, 지금 태안에는 분노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무수한 생명들이 죽어가고, 어민들도 죽어가고 있다. 이희중 감독의 <기름유출 그 후…희망을 찾는 사람들>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뒤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아르얀 란의 <바다의 아들>과 제인 암스트롱의 <해양오염을 막아라>는 2002년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스페인 북서부 해안에서 좌초한 사고를 다뤘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아이와 함께 볼만한 관경영화 갈 곳 없어진 물의 정령 서울환경영화제 ‘지구의 아이들’ 부문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볼 만한 영화들을 상영한다.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은 전설 속 물의 정령 갓파와 만나면서 특별한 여름방학을 보내게 되는 소년 고이치의 모험을 그린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원래 맑은 물에서 살아야 하지만, 도시화로 파괴된 환경에서 살 곳을 찾지 못하는 갓파라는 존재를 통해 잃어버린 자연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짱구는 못 말려> 티브이 시리즈에 참여했으며, 같은 작품의 극장판을 연출했던 하라 게이이치가 감독을 맡았다. 올 여름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피아노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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