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놈놈놈> 공식상영회에서 배우 이병헌·송강호, 김지운 감독, 배우 정우성씨(왼쪽부터)가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칸/손홍주 <씨네21> 기자 lightson@cine21.com
김지운의 ‘놈놈놈’ 비경쟁부분 상영회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24일 밤(현지시각) 61회 칸 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았다. 비경쟁 부문 마지막 공식 행사인 이날 상영회는 칸 영화제 예술감독인 티에리 프레모가 사회를 봤다. 2300석 규모의 뤼미에르 극장은 화려한 드레스와 나비 넥타이로 성장을 한 관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관객들은 프랑스 투자배급사에서 초청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은 김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등 세명의 주연배우들에게 5분여 동안 진심어린 기립박수를 보냈다.
장르 초월 오락영화에 박장대소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다. 송강호가 출연하는 장면에서는 거의 어김없이 너털웃음이 이어졌고, 박장대소도 터져나왔다. 이날 오전 기자 시사회가 끝난 뒤 김 감독과 배우들에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미국 영화잡지 <버라이어티>의 기자는 “매우 상업적이고 재미있는 뛰어난 영화”라고 말했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기자는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재미있는 영화”라고 평했다. 일본 영화 기자 이시즈 아야코는 “오전 시사회를 보고 저녁 갈라 상영을 또 봤다. 정우성이 말 타면서 총을 쏘는 장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따라하지 못할 명장면”이라며 “일본에서도 흥행에 성공할 작품”이라고 말했다.
1930년대 만주에서 벌어지는 스펙타클
<놈놈놈>은 1930년대 만주의 허허벌판에서 세명의 사내가 벌이는 보물지도 쟁탈전이다. 만주라는 공간은 종전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는 광활한 스펙타클을 선사한다. 기본적으로 액션활극이지만, 느와르와 코미디를 넘나들며 장르를 초월하는 오락영화다. 서부극 총잡이 옷을 입은 ‘좋은 놈’ 정우성이 웨스턴의 유장함을 대변한다면, ‘나쁜 놈’ 이병헌이 느와르의 어두운 분위기를, ‘이상한 놈’ 송강호는 코믹물의 유쾌함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액션물의 박진감이 더해져 독보적인 장르를 구축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 <달콤한 인생>을 끝낸 뒤 만주를 여행하다가 그 광활한 벌판을 달리는 한국인의 이미지를 생각했다”며 “우파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한때 우리 땅이었던 만주 평원을 시원하게 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리엔탈 웨스턴의 재탄생
김 감독에게 영감을 준 영화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원제 <더 굿, 더 배드, 디 어글리>)와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 그는 “한국인이 서부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미국인이 태권도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이질적인 것”이라며 “하지만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보면서 이른바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한때 우리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국의 서부영화가 신대륙을 발견한 미국인들의 꿈을 다뤘다면, 만주 웨스턴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꿈과 기회의 공간이었다”고 덧붙였다.
11개국서 판권 구입…150만달러어치 판매 <놈놈놈>은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만 170억원이 투입된 대형 블록버스터다. 그런 만큼 흥행 부담도 크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해외 판매가 여러 건 성사되는 등 전망이 밝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할리우드 톱스타 멜 깁슨이 대표로 있는 아이콘픽처스가 영국 판권을 사갔고 이란, 네덜란드, 벨기에, 러시아, 싱가포르 등 11개 나라에 150만달러어치를 팔았다고 투자배급사인 씨제이엔터테인먼트는 밝혔다. 7월17일 개봉. 칸/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칸에서 만난 ‘세 놈’의 말말말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한 영화에서 만났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김지운 감독은 “우리 시대 최고의 배우인 이 세명을 한 영화에서, 그것도 각기 다른 캐릭터로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제가 한 일 중 가장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칸에서 만난 세 배우들의 말말말. ■ 송강호 비경쟁이라 편하다
물도 안 나오는 사막 오지에서 10개월 동안 올인했다. 남자들만 있으니까 삭막했지만 재미난 일이 많았고, 액션활극이 주는 희열과 맛이 있었다. 지난해 <밀양> 때에는 경쟁 부문으로 왔지만 이번엔 비경쟁이라 마음이 편하다. 오락영화니까 즐겁고 신나게 봐줬으면 좋겠다. 나는 영화에서 오토바이를 탄다. 오토바이가 말보다는 안전하지 않나. 정우성과 이병헌이 멋지게 말을 타는데 계속 멋있는 장면만 나오면 재미없지 않나. 이 영화가 잃어버린 한국 영화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이병헌 악역 책임감 들더라
내가 맡은 역은 늘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아주 작은 부분에 대해서도 질투심이 많다. 감독님께 영화 제목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아니라 <나쁜 놈, 더 나쁜 놈, 진짜 나쁜 놈>이라고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악역을 한번쯤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재미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더라. 내가 하는 악역 연기가 식상하고 실망스러우면 어쩌나 걱정됐다. 승마를 배우다 다리가 부러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오기가 생겼다.
■ 정우성 가능성 보여줄 거다
한국 영화에서 서부 총잡이가 나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그런데 이상하게 거부감이 없었다. 서양인이 봐도 ‘총잡이 옷 입은 저 동양인 괜찮네’ 하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가 맡은 역이 좋은 놈이지만 마냥 좋은 놈만은 아니다. 그 점이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말 고삐를 놓고 달리며 총 쏘는 장면을 찍다가 말이 점프하는 바람에 말에서 떨어졌다. 천만다행으로 왼손을 다쳐서 촬영을 계속할 수 있었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 거라 믿는다. 영화 일 하는 사람들이 그 가능성을 봐줬으면 한다. 위축되지 말고 할리우드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칸/이재성 기자
11개국서 판권 구입…150만달러어치 판매 <놈놈놈>은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만 170억원이 투입된 대형 블록버스터다. 그런 만큼 흥행 부담도 크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해외 판매가 여러 건 성사되는 등 전망이 밝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할리우드 톱스타 멜 깁슨이 대표로 있는 아이콘픽처스가 영국 판권을 사갔고 이란, 네덜란드, 벨기에, 러시아, 싱가포르 등 11개 나라에 150만달러어치를 팔았다고 투자배급사인 씨제이엔터테인먼트는 밝혔다. 7월17일 개봉. 칸/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칸에서 만난 ‘세 놈’의 말말말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한 영화에서 만났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김지운 감독은 “우리 시대 최고의 배우인 이 세명을 한 영화에서, 그것도 각기 다른 캐릭터로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제가 한 일 중 가장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칸에서 만난 세 배우들의 말말말. ■ 송강호 비경쟁이라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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