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르마>
‘동남아 호러’ 보면 되지
‘바디’ ‘카르마’ ‘카핀’…
원혼·흉가·살인 등 소재 비슷
‘동양인’ 동질감 등장인물 친숙
제작·연출력 뛰어나 등골 오싹 <바디> <카르마> <카핀>…. 올 여름 줄지어 개봉하는 공포영화 목록들이다. <바디>는 길에서 지갑을 주은 뒤 여인이 살해당하는 꿈을 꾸게 된 주인공이 자신도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감각적인 영상이 두드러진다는 평을 듣는다. <카르마>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남편을 찾아 떠난 여인이 이상한 집에 머물며, 그 집이 자신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들 세 영화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원산지가 일본이나 할리우드가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타이다. 타이 공포영화가 몰려온다. 올 여름 선보일 한국 공포영화가 <외톨이> 한 편뿐인 것에 견주면 타이 공포영화의 성장은 놀랄만한 일이다. 물론 2002년부터 타이 공포영화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팡 형제의 <디 아이>가 돌풍을 몰고 오며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되었고, <셔터>도 ‘무섭다’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샴> 등 타이 공포영화는 간간이 찾아왔고, 팡 형제는 할리우드에서 <메신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동남아에서 공포영화를 만드는 곳은 타이만이 아니다. 한국에 수입되지 않을 뿐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도 공포영화를 많이 만든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들에서는 대개 예술성 위주로만 영화를 고르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의 공포영화나 오락영화를 국내에선 접하기 어려웠다. 다만 인터넷에서는 동남아시아 공포영화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원혼과 흉가, 살인극 등 다양한 소재의 동남아 공포영화가 이미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동남아 지역에서 송출되는 위성채널 시네마 원에서는 50~60년대 동남아 공포영화들이 많이 방영된다. 동남아 공포영화는 전통적인 귀신 이야기부터 악마, 좀비, 흡혈귀까지 공포영화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섭렵해 왔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을 뿐.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동남아시아의 영화 중에서, 공포영화가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공포 자체가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타이가 주도하는 동남아시아의 공포영화는 ‘동양인’이라는 동질감 덕분에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일본의 공포영화가 무서웠던 것은, 산 채로도 귀신이 될 수 있는 인간의 ‘원한’을 극도로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공포영화들은 불교의 영향력이 강한 덕에 윤회와 업보 그리고 자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팡 형제의 <디 아이>는 각막 이식수술을 받은 여인이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숙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인간과 귀신이 공존하는 세계, 샤머니즘이 여전히 존재하고 압도적인 자연의 신이 실재하는 세계를 그려낸다. 다소 촌스럽기도 하지만, 타이 공포영화는 인간의 내부와 외부에 공존하는 공포의 실체를 정면으로 그려내며 묵직하게 다가온다. 전통적인 귀신 이야기건, 난도질 영화건, 심리극이건, 타이의 공포영화는 이미 한국 공포영화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공포영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공포영화를 즐긴다는 것이다. 70년대까지 한국에서도 공포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동남아에서 공포영화는 꽤 인기장르다. 타이의 광고 제작과 연출력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다. 타이의 영화가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뛰어난 영상 연출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동일한 문화권을 지닌 동남아시아의 영화 제작환경은 결코 한국에 뒤진다고 할 수 없다. 동남아시아의 영화들은 이미 한국영화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특히 공포를 비롯한 장르영화에서는. 김봉석/영화평론가 사진 데이지엔터테인먼트 누리픽쳐스 제공
원혼·흉가·살인 등 소재 비슷
‘동양인’ 동질감 등장인물 친숙
제작·연출력 뛰어나 등골 오싹 <바디> <카르마> <카핀>…. 올 여름 줄지어 개봉하는 공포영화 목록들이다. <바디>는 길에서 지갑을 주은 뒤 여인이 살해당하는 꿈을 꾸게 된 주인공이 자신도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감각적인 영상이 두드러진다는 평을 듣는다. <카르마>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남편을 찾아 떠난 여인이 이상한 집에 머물며, 그 집이 자신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들 세 영화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원산지가 일본이나 할리우드가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타이다. 타이 공포영화가 몰려온다. 올 여름 선보일 한국 공포영화가 <외톨이> 한 편뿐인 것에 견주면 타이 공포영화의 성장은 놀랄만한 일이다. 물론 2002년부터 타이 공포영화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팡 형제의 <디 아이>가 돌풍을 몰고 오며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되었고, <셔터>도 ‘무섭다’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샴> 등 타이 공포영화는 간간이 찾아왔고, 팡 형제는 할리우드에서 <메신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동남아에서 공포영화를 만드는 곳은 타이만이 아니다. 한국에 수입되지 않을 뿐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도 공포영화를 많이 만든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들에서는 대개 예술성 위주로만 영화를 고르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의 공포영화나 오락영화를 국내에선 접하기 어려웠다. 다만 인터넷에서는 동남아시아 공포영화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원혼과 흉가, 살인극 등 다양한 소재의 동남아 공포영화가 이미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동남아 지역에서 송출되는 위성채널 시네마 원에서는 50~60년대 동남아 공포영화들이 많이 방영된다. 동남아 공포영화는 전통적인 귀신 이야기부터 악마, 좀비, 흡혈귀까지 공포영화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섭렵해 왔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을 뿐.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동남아시아의 영화 중에서, 공포영화가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공포 자체가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타이가 주도하는 동남아시아의 공포영화는 ‘동양인’이라는 동질감 덕분에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일본의 공포영화가 무서웠던 것은, 산 채로도 귀신이 될 수 있는 인간의 ‘원한’을 극도로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공포영화들은 불교의 영향력이 강한 덕에 윤회와 업보 그리고 자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팡 형제의 <디 아이>는 각막 이식수술을 받은 여인이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숙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인간과 귀신이 공존하는 세계, 샤머니즘이 여전히 존재하고 압도적인 자연의 신이 실재하는 세계를 그려낸다. 다소 촌스럽기도 하지만, 타이 공포영화는 인간의 내부와 외부에 공존하는 공포의 실체를 정면으로 그려내며 묵직하게 다가온다. 전통적인 귀신 이야기건, 난도질 영화건, 심리극이건, 타이의 공포영화는 이미 한국 공포영화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공포영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공포영화를 즐긴다는 것이다. 70년대까지 한국에서도 공포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동남아에서 공포영화는 꽤 인기장르다. 타이의 광고 제작과 연출력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다. 타이의 영화가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뛰어난 영상 연출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동일한 문화권을 지닌 동남아시아의 영화 제작환경은 결코 한국에 뒤진다고 할 수 없다. 동남아시아의 영화들은 이미 한국영화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특히 공포를 비롯한 장르영화에서는. 김봉석/영화평론가 사진 데이지엔터테인먼트 누리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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