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교실>로 제61회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 감독 로랑 캉테가 촬영 세례에 답하고 있다.
로랑 캉테 ‘교실’ 황금종려상 수상
마테오 가로네(왼쪽) 감독의 <고모라>와 파울로 소렌티노(오른쪽) 감독의 <일 디보>가 황금종려상에 이은 그랑프리와 심사위원상을 나눠 가졌다. AFP 연합<위>/ 베니시오 델 토로<아래왼쪽> 산드라 코르벨로니<아래오른쪽>
이탈리아 ‘약진’…한국 수상 못해 제61회 칸 영화제가 21년 만에 프랑스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안겨주는 동시에 이탈리아 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선언하며 막을 내렸다. 25일(현지시각) 열린 영화제 폐막식에서 영예의 황금종려상은 프랑스 감독 로랑 캉테의 <교실>에 돌아갔다. 실제 교사인 프랑수아 베고도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교실>은 이민자 노동계급 자녀들이 다니는 파리 교외 학급에서 벌어지는 인종적, 사회적 문제들을 도발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심사위원장 숀 펜은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주기로 한 이유는 (정치성이 아니라) 예술성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모든 연기, 모든 각본, 모든 도발과 모든 관용이 마술인, 거의 틈새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완결성을 지닌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숀 펜이 정치적인 영화를 좋아한다는 소문 탓에 레바논 내전을 다룬 이스라엘 애니메이션 <바쉬르와 왈츠를>과 스티븐 소더버그의 <체>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것이란 예측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숀 펜은 <바쉬르와 왈츠를>이 단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한 이유를 묻는 이스라엘 기자에게 “모든 떠들썩한 열광들이 결국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서 행복하다”고 일갈했다. 칸 영화제를 국가 대항전으로 간주한다면 올해의 승자는 단연 이탈리아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고모라>와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일 디보>가 황금종려상에 이은 그랑프리와 심사위원상을 나눠 가졌다. <고모라>는 마피아가 지배하는 나폴리 슬럼가를 배경으로 범죄의 피라미드 구조를 들여다본 작품이며, <일 디보>는 전후 이탈리아 정계를 지배했던 실존 정치인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삶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두 작품 모두 이탈리아의 썩어 문드러진 정치사회적 단면을 스크린에 투영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백남준의 “서울이 썩었으니 좋은 예술이 많이 나올 거다”라는 말을 살짝 바꿔 “로마가 썩어서 좋은 예술이 많이 나온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한 수상 결과다.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체>의 베니시오 델 토로와 <리나 데 파세>의 산드라 코르벨로니가 받았다. 일찍부터 수상이 점쳐졌던 베니시오 델 토로는 “<체>가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있지 못할 거다. 당연히 이 상은 <체>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라며 체 게바라에게 감사를 표했다. 터키 감독 누리 제일란이 <스리 몽키스>로 감독상을 받은 것은 가장 큰 이변으로 꼽혔다. 한편, 신인감독에게 주는 ‘황금 카메라상’은 70년대 말 아일랜드 독립군 운동가들의 옥중 투쟁을 영화화한 스티브 매퀸의 <헝거>에 돌아갔다. 영화제 첫날부터 “황금 카메라상을 향한 경주를 시작도 전에 종결시켰다”는 평을 받았던 이 작품은 <추격자>를 둘러싼 한국 언론의 설레발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본상을 수상하는 데 성공했다.
칸/김도훈 <씨네21> 기자 groove@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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