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통해 뉴욕 싱글 여성들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린 캐리와 사만다, 샬럿, 미랜다가 스크린으로 나들이했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는 동명 인기 드라마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드라마 전편을 제작한 마이클 패트릭 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주연 배우 새라 제시카 파커가 제작자로 나섰다는 점만 봐도 영화가 어떤 모습일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일단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주인공 4명 뿐 아니라 그들의 연인 또는 남편들, 게이 친구들, 심지어 아들의 보모까지 그대로 출연했다.
이 드라마를 살린 최대 강점이 패션이었던 만큼 영화 속 스타일은 더욱 화려하게 살아났다. 캐리가 영화 전반부에서만 갈아입은 옷이 도대체 몇 벌인지 꼽아보다가 금세 포기할 정도다. 패션쇼 장면도 물론 빠지지 않는다.
극의 전개도 그대로다. 영화는 익숙한 드라마 오프닝 곡을 5초간 맛보기로 보여준 뒤 신나고 세련된 음악을 갑자기 들려준다. 이어 드라마 1~6시즌의 길고 긴 역사를 약 5분간 간단하게 정리한다.
뉴욕을 대표하는 잘나가는 여자 4명은 여전히 친구다. 잘 나가는 칼럼니스트 캐리(새라 제시카 파커)는 책도 몇 권 더 내고 승승장구하고 있고 사랑하는 미스터 빅(크리스 노스)과 함께 살 집을 구하러 다니는 중이다.
여성스러운 샬럿(크리스틴 데이비스)과 지적인 변호사 미랜다(신시아 닉슨)는 남편과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고 홍보 전문가 사만다(킴 캐트럴)는 스무 살쯤 어린 애인을 배우로 잘 키워 할리우드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 6시즌에서 애써 마무리했던 여자 4명의 애정 전선은 영화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캐리는 조금 철이 들었나 싶더니 이내 미스터 빅이라는 평생의 장애물에 걸려 발버둥치고 미랜다는 일과 육아 사이에 끼여 신경과민 상태다. 사만다는 한 남자를 향한 헌신과 희생으로 잠시 관객을 당황시키지만 남자를 바라보는 끈적한 시선과 걸걸한 입담 만은 그대로다. 잔재미도 여전하다. 브런치나 커피 테이블을 사이에 둔 여자 4명의 수다는 유쾌하고 현실과 환상 사이를 헤매다 늪에 빠지는 극적 전개도 그렇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영화는 드라마를 뛰어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만다.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멋있고 '쿨'한 장면들은 그대로이나 대도시 인간관계 전반을 뼈 아프게 헤집어 보고 신중하게 고민했던 드라마의 울림과 여운은 줄어들었다. 태평양 건너 한국 여성들의 마음까지 흔들었던 캐리의 독백에도 어쩐지 힘이 빠졌다.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던 여자 4명의 우정은 영화에서도 계속 강조되지만 로맨스에 치중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감동은 부족해졌다. 그나마 가장 가슴 찡한 장면은 샬럿이 캐리에게 상처를 준 빅에게 고함을 치며 손가락질을 하는 그 순간이다. 내달 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서울=연합뉴스)
그러나 드라마 6시즌에서 애써 마무리했던 여자 4명의 애정 전선은 영화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캐리는 조금 철이 들었나 싶더니 이내 미스터 빅이라는 평생의 장애물에 걸려 발버둥치고 미랜다는 일과 육아 사이에 끼여 신경과민 상태다. 사만다는 한 남자를 향한 헌신과 희생으로 잠시 관객을 당황시키지만 남자를 바라보는 끈적한 시선과 걸걸한 입담 만은 그대로다. 잔재미도 여전하다. 브런치나 커피 테이블을 사이에 둔 여자 4명의 수다는 유쾌하고 현실과 환상 사이를 헤매다 늪에 빠지는 극적 전개도 그렇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영화는 드라마를 뛰어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만다.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멋있고 '쿨'한 장면들은 그대로이나 대도시 인간관계 전반을 뼈 아프게 헤집어 보고 신중하게 고민했던 드라마의 울림과 여운은 줄어들었다. 태평양 건너 한국 여성들의 마음까지 흔들었던 캐리의 독백에도 어쩐지 힘이 빠졌다.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던 여자 4명의 우정은 영화에서도 계속 강조되지만 로맨스에 치중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감동은 부족해졌다. 그나마 가장 가슴 찡한 장면은 샬럿이 캐리에게 상처를 준 빅에게 고함을 치며 손가락질을 하는 그 순간이다. 내달 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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