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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란 18살 여자감독의 아프가니스탄 읽기

등록 2008-06-15 22:33

‘학교 가는 길’
영화 <학교 가는 길>(Buddha Collapsed out of Shame)은 지난해 이란의 18살 여성 감독이 만든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영화다. 꼬마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동심의 세계를 서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1987년)를 닮은 듯하지만, 훨씬 더 명확한 주장을 담았다는 점에서 다르다. 메마른 아프간 사막의 동굴 같은 집에 비하면 <내 친구의…>의 마을은 오아시스와 진배없다.

갓 난 동생을 겨우 잠재운 6살짜리 소녀 박타이(니키바크 노루즈)는 이웃에 사는 소년 아바스(아바스 알리조메)가 큰 소리로 책을 읽는 통에 아기가 깰까봐 노심초사하다 이내 말다툼을 벌인다. 그러다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이 탄로나자 아바스를 따라 학교에 가기로 마음먹는다. 박타이는 학교에 가려고 달걀을 팔아 공책을 사고,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다 결국 전쟁놀이를 하는 소년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소년들은 비슷한 또래의 소녀들을 동굴에 가두고, 구덩이를 파서 사람을 빠뜨리기도 한다. 다큐멘터리처럼 묵묵히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카메라의 시선을 좇다 보면, 옛소련군에서 탈레반으로, 탈레반에서 미군으로 바뀌어가며 폭력의 역사를 경험하고 있는 아프간의 아픈 상처가 통렬하게 드러난다. 영화의 주무대는 2001년 탈레반이 폭파한 불교 유적 ‘바미안 석굴’의 폐허 앞이다. 니키바크 노루즈의 노루처럼 커다란 눈은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 그 자체다.

감독 하나 마흐말바프는 이란 영화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막내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마흐말바프 영화 학교’에서 공부했다. 20살에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언니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기록을 깨고 14살 때 만든 다큐멘터리 <광기의 즐거움>으로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학교 가는 길>로 2008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19일 광화문 씨네큐브 단관 개봉.

이재성 기자, 사진 위드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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