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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차인표 “슬픈 이야기, 정치적 이용 안했으면”

등록 2008-06-17 18:39수정 2008-06-17 19:32

영화 ‘크로싱’ 주연 차인표
영화 ‘크로싱’ 주연 차인표
영화 ‘크로싱’ 주연 차인표
정치색 배제한 인도주의 부각
굶주림과 가족 생이별에 주목
“탈북자들 관심·이해 바랄 뿐”

탈북자를 소재로 한 영화 <크로싱>이 개봉한다고 했을 때 처음 떠오른 것은 뮤지컬 <요덕스토리>(2006년)였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무대로 한 이 뮤지컬은 보수 진영의 열렬한 성원을 받았으나, 거친 주장만이 아우성치는 정치 공연으로 전락해 버렸다.

김태균 감독을 비롯한 <크로싱> 제작진은 그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정치적 억압과 기독교적 구원이라는 거대담론에 치중했던 <요덕스토리>와 달리, <크로싱>은 굶주림과 생이별이라는 삶의 애환에 주목한다. 덕분에 영화는 정치색을 절묘하게 피해가면서 한 가족의 수난사를 인도주의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주연으로 출연한 차인표(41)씨를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

-영화가 무척 슬프더군요. 나눠 준 휴지의 절반을 썼습니다. 촬영하면서는 어땠습니까?

“촬영 내내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많이 울었어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퍼서요. 같은 장면을 10번 찍을 때도 10번 다 정말로 울었습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여러 번 출연을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출연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출연을 거절하고 나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어요.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탈북자 관련 수기와 사진, 동영상 등을 봤어요. 탈북자라는 단어가 어느 날 제 인생에 불쑥 들어온 거죠. 결정적인 계기는 청진역에서 굶어 죽었다는 빼빼 마른 아이의 주검 사진이었어요. 이 아이가 죽어가면서 ‘나에게 밥을 주러 올 사람이 누굴까’ 기대했다면 그게 어느 나라 사람일까? 러시아? 중국? 아니다. 가장 가까운 대한민국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배우로서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명의식 같은 걸 갖게 됐어요.”


-아시다시피 북한 인권 문제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 영화는 어떤 운동의 프로파간다도 아니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골탕 먹이고 싸움 붙이려는 영화는 더욱 아닙니다. 흥행이 안 되도 좋으니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분들은 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탈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환기시키는 영화가 됐으면 합니다.”

-촬영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몽골 사막 촬영의 경우 전화도 안 되고, 숙소에서 촬영장까지 비포장도로를 두 시간이나 달려야 했다면서요.

“이상하게 저는 고생한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과연 투자가 끝까지 될까 하는 마음에 늘 아슬아슬했거든요. 하루하루 오늘도 무사히 하는 심정으로 임했습니다. 두만강 도강 장면을 촬영 마지막 날 찍었는데 끝나고 나서 정말 엉엉 울었습니다.”

-근육을 줄이기 위해 운동도 중단하고 몸무게도 줄였다면서요.

“여덟 달 동안 운동을 끊었어요. 지방과 달리 근육은 쉽게 줄어들지 않거든요. 억지로 떼어낼 수도 없고. 촬영이 끝나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봤는데 정말 ‘몸꽝’이 돼 있더라구요.”

-차인표씨가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만나 보니 정말 그렇네요. 어릴 때부터 그랬습니까?

“아니었어요. 지금도 아니구요. 하나님의 뜻 안에서 쓰임을 받고 있다는 자각은 있지만 좋은 일 한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합니다. 대중이 꿈꾸는 이미지가 저하고 맞아떨어진 거지요. 저를 만나면 ‘왜 이렇게 까칠하냐’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영화 ‘크로싱’
영화 ‘크로싱’

어떤 영화? 눈물 쏙 빼는 탈북자들 실화

<크로싱>은 올해 최고의 최루성 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작심하고 관객을 울린다.

2002년 3월 탈북자 25명이 중국 베이징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진입한 사건에서 출발해, 탈북자의 다양한 실화를 한 가족과 그 주변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일부러 다큐멘터리를 지향하지는 않지만 불가피하게 다큐적 특성을 띠고 있다.

한때 함경남도 대표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김용수(차인표)는 탄광에서 일하며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아내 서용화(서영화)가 결핵에 걸리자 용수는 약을 구하러 중국으로 건너간다. 약 살 돈을 벌려고 목재하역장에 불법취업했다가 중국 공안의 단속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간단한 인터뷰만 하면 돈을 준다는 말에 봉고차를 탔는데, 아뿔싸 탈북 브로커에게 속고 만다. 바로 이 부분이 <크로싱>이 기존의 반공영화와 갈라서는 지점이다.

용수에게 중요한 것은 ‘젖과 꿀이 흐르는 남한’이 아니라 가족이다. 영화는 이렇게 예기치 않은 남한 생활을 하게 된 용수와, 아빠를 찾아 나선 아들 준이(신명철)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다. 26일 개봉.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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