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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블록버스터 틈새 ‘완소 개봉작’ 4편

등록 2008-07-01 18:25수정 2008-07-01 19:52

시골 클럽 댄서에서 지구를 구하는 여전사로 거듭난 체리 달링(로즈 맥고완)이 360도 회전하며 의족 기관총을 쏘아대는 <플래닛 테러>의 한 장면.
시골 클럽 댄서에서 지구를 구하는 여전사로 거듭난 체리 달링(로즈 맥고완)이 360도 회전하며 의족 기관총을 쏘아대는 <플래닛 테러>의 한 장면.
화끈하잖아 멋있잖아 감동이잖아
블록버스터 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주 개봉한 <원티드>에 이어, 이번주에는 <핸콕>과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이 관객을 만난다. 그러나 극장에 블록버스터만 있는 건 아니다. 엄청난 돈을 쏟아붓지 않았더라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거침없는 연출로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가 있고, 짜임새 있는 드라마로 영혼을 울리는 영화도 있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중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을 소개한다.

‘B급 잡탕’부터 고전적 사랑…베른하트 작전 실화까지

<크로우즈 제로> (사진)
<크로우즈 제로> (사진)

‘재미’ 향해 돌진하는 오락영화 둘

미니 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한쪽 다리에 기관총을 의족 대신 끼운 채 전투 자세로 서 있는 포스터만으로 <플래닛 테러>가 어떤 영화일지 대충 윤곽이 그려질 것이다. 잘 모르겠다면 할리우드의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쓰 프루프>와 동시상영(미국에서 이 두 영화를 합쳐 ‘동시상영관’이라는 뜻의 <그라인드 하우스>로 개봉)했던 영화라고 하면 더 선명해질까? 게다가 감독이 영화계의 또다른 악동이자 타란티노의 죽마고우인 로버트 로드리게즈라면.


영화는 액션과 공포, 에스에프와 로맨스를 뒤섞은 잡탕이다. 로드리게즈 감독은 1970~80년대 동시상영관에서 틀던 B급영화 분위기를 내겠다며 일부러 필름에 긁힌 자국을 내고, 중요한 장면에서 필름을 태워먹은 것처럼 장난을 치기도 한다.

시골 클럽 댄서에서 지구를 구하는 여전사로 거듭난 체리 달링(로즈 맥고완)이 360도 회전하며 의족 기관총을 쏘아대는 장면 등 그로테스크하고 기상천외한 상상력의 극단을 달린다. 시종일관 피범벅 액션을 선보이며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결말을 향해 돌진하는 감독에게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아마 이렇게 답할 것이다.

“재밌잖아!”

‘액션 토너먼트’라는 부제가 붙은 일본의 학원폭력물 <크로우즈 제로> (사진)는 교복을 입고 벌이는 케이원 격투기 쇼다. 일명 까마귀(크로우즈) 학교라고 하는 깡패 집합소, 스즈란 고등학교 학생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싸움으로 학교를 제패하는 것이다. 이 학교 역사상 그 ‘위업’을 달성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스즈란을 제패하면 조직을 물려주겠다는 야쿠자 두목 아버지의 다짐을 받고 이 학교로 전학을 온 다키야 겐지(오구리). 두둑한 배짱과 의리로 가장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싸움 천재 세리자와 다마오(야마다 다카유키).

영화는 이 둘의 피할 수 없는 결전을 향해 역시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내달린다. 일본의 꽃미남들이 총출동한 철저한 상업영화다. 어깨에 힘을 뺀 일본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미이케 다카시 감독에게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아마 이렇게 답할 것이다.

“멋지잖아!”

<라벤더의 연인들> (사진)
<라벤더의 연인들> (사진)

잔잔한 여운 남는 예술영화 둘

자글자글한 할머니들의 주름만 보고 따분한 영화일 거라고 속단하지 마시길. 두 노인이 한 청년을 사랑한다는 내용의 <라벤더의 연인들> (사진)은 언뜻 보면 뻔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웅숭깊은 우물처럼 습도가 높은 영화다. 영국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한 청년이 파도에 쓸려 떠내려 온다. 우슐라(주디 덴치)와 자넷(매기 스미스) 자매는 그를 정성껏 돌본다. 의식이 돌아온 청년의 이름은 안드레아(다니엘 브륄). 평생 독신으로 산 우슐라는 폴란드 사람인 그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짝사랑에 빠진다. 자넷 역시 그를 좋아하지만, 소녀처럼 붉어지는 우슐라를 보며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알고 보니 안드레아는 바이올리니스트였고, 그림을 그리러 마을에 온 화가 올가(나타샤 매켈혼)의 출현으로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음악이다. 제라르 드파르디유의 <세상의 모든 아침>을 좋아한 관객이라면, 영화에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카운터 페이터> (사진)
<카운터 페이터> (사진)
<카운터 페이터> (사진)의 경우, 나치 독일과 유대인을 다룬 영화라는 사실만으로 고개를 돌릴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피아니스트>, 그리고 지난해 개봉한 <타인의 삶>까지. 국제영화제를 위해 기획된 혐의가 짙은 2차 세계대전 배경의 휴머니즘 영화들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보아 왔다. 그래서일까? <카운터 페이터>는 실화에 드라마틱한 당의정을 입혀 대중들의 입맛에 좀더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여기서 실화란, 나치 독일이 세계 경제를 흔들기 위해 1억3200만파운드(당시 영국 국고의 4배)라는 천문학적인 양의 지폐를 위조한 ‘베른하트 작전’을 말한다. 천재적 위폐 전문가 살로몬 소로비치(칼 마르코빅스)의 삶은 파란만장하고, 소로비치를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헤르조그 소령(데이비드 스트라이소우)의 노력은 안쓰러우며, 나치에 부역할 수 없다며 위폐 제조 작업을 방해하는 브루거(오거스트 디엘)의 용기 혹은 만용은 가상하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스폰지·알토미디어·데이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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