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지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감독 김지운
17일 개봉하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을 기다리는 관객이 많다. 송강호·이병헌·정우성이라는 최고 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해 드넓은 만주를 배경으로 스펙터클한 액션 활극을 벌인다는 설정만으로 기대가 부풀기 때문일 것이다. 김지운(44·큰 사진)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도 작품성에 대한 믿음을 두텁게 하고 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등 찍는 영화마다 새로운 장르를 탐험하며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김 감독을 8일 오후 서울 남산 기슭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본격 오락영화 표방한 ‘김지운표 액션활극’
“한국영화 최고의 스피드·박진감 느껴달라” -본격 오락영화를 표방했는데, 관객이 얼마나 들 것 같은가? 아니 얼마나 들기를 원하는가? “사실 그 생각은 별로 안 하는데, 그동안 내 영화가 최소한 ‘중박’ 정도는 했다. 이번에는 제작비(마케팅비 포함 200억원)가 많이 들어서 그에 상응하는 흥행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김지운 스타일’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좀더 대중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해 본 것만으로도 내게는 의미가 있다. 수출액을 포함할 때 국내에서 700만명 정도면 손해보지 않는다더라.” -감독 지망생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감독이라는 말을 듣는다. 계속 흥행작을 내는 비결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한국 영화에서 이런 스타일 영화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영화 누가 안 만드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올 상반기 한국 영화 점유율이 8년 만에 최저치(37.6%)를 기록했다. 한국 영화 성적이 저조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안 될 영화가 되고, 될 영화가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같은 영화인이 봐도 부끄러운 영화들이 (흥행이) 되면서 관객들에게 실망을 준 거다.” -‘만주 웨스턴’은 1960~70년대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장르다. <놈놈놈>을 계기로 이 장르가 반세기 만에 ‘김치 웨스턴’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는데, 앞으로도 이 장르의 영화가 계속 만들어질 것 같은가? 김 감독도 같은 장르 영화를 또 만들 생각인가? “또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만주 웨스턴이 한때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던 장르였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끊어져버렸다. 좋은 액션영화도 있었지만 액션영화가 갱스터 일색이 된 것도 관객들이 영화에서 멀어지게 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놈놈놈>에서 박도원(정우성)이 보물을 찾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중요한 말을 하려는데 윤태구(송강호)가 잠들어버려 말을 하지 않는 장면이 있다. 김 감독의 다른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내 진실이 상대방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있는 거다. <조용한 가족>에서도 ‘학생은 고독이 뭔지 아는가’ 하고 물어보면, ‘저 학생 아닌데요’라는 대답이 나와 대화가 끊기는 장면이 있었다. <반칙왕>에서도 송강호가 자신은 링에 있을 때만 해방감을 느낀다고 장진영에게 말하는데 장진영이 바람에 날아간 꽃을 주우러 가버려 말이 허공에 흩어진다. <달콤한 인생> <장화, 홍련>에도 그런 장면이 있다.”
-바닥에 허무주의적 정서가 있는 것 같다.
“<놈놈놈>은 대형 활극 영화라서 그런 정서를 주제로까지 끌어올리지는 않았지만, 내 영화에 허무주의적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이다. 사람들은 내가 쿨하다고들 하는데, 그 쿨함이 천성적으로 쿨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기대했던 무언가를 결국 얻지 못할 것이라는 허무주의적 태도가 쿨하게 보이는 것 같다.”
-서사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야기가 돋보여야 하는 작은 영화가 스펙터클이 없다고 해서 큰 하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야기가 없지는 않지만, 이야기로 풀어가는 영화가 아니다. 스펙터클한 오락영화에서 이야기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 결함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리 의미 있는 지적이 아니다. 영화는 이야기 말고도 더 강력한 영화적 요소들이 있고, 나는 그런 영화적인 요소를 구현하고자 이 영화를 만들었다. 내가 이창동 감독님은 아니잖나. 오히려 이 영화가 보여준 놀라운 지점들에 대해 얘기를 하고, 그런 이야기로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떤 게 있을까?
“기차 습격 장면이나 귀시장 전투 장면, 마지막 대평원 추격 장면 등은 한국 영화에서 한번도 보여주지 못한 스피드와 박진감 넘치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세 주연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에도 주목해줬으면 좋겠다.”
-멜로 빼고는 다 해봤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다음 작품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멜로도 하고 싶다. 하지만 스펙터클한 멜로는 아닐 것이고. <놈놈놈>은 이 영화를 거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통과의례 같은 영화였다. 이제 해보고 싶은 장르는 다 해봤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장르를 선택할 것 같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면 좋겠는가?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가능하구나, 이런 영화도 볼만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아주 즐겁게, 흥분하고 소리도 지르고 박수도 쳐가면서 봤으면 좋겠고. 보고 나서는 ‘속 시원하게 잘 봤다’ ‘시원하네’ 하고 느꼈으면 좋겠고. 미친 듯이 영화를 만들었겠구나, 라며 만든 사람들의 혼신의 힘을 느낄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영화 최고의 스피드·박진감 느껴달라” -본격 오락영화를 표방했는데, 관객이 얼마나 들 것 같은가? 아니 얼마나 들기를 원하는가? “사실 그 생각은 별로 안 하는데, 그동안 내 영화가 최소한 ‘중박’ 정도는 했다. 이번에는 제작비(마케팅비 포함 200억원)가 많이 들어서 그에 상응하는 흥행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김지운 스타일’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좀더 대중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해 본 것만으로도 내게는 의미가 있다. 수출액을 포함할 때 국내에서 700만명 정도면 손해보지 않는다더라.” -감독 지망생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감독이라는 말을 듣는다. 계속 흥행작을 내는 비결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한국 영화에서 이런 스타일 영화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영화 누가 안 만드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올 상반기 한국 영화 점유율이 8년 만에 최저치(37.6%)를 기록했다. 한국 영화 성적이 저조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안 될 영화가 되고, 될 영화가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같은 영화인이 봐도 부끄러운 영화들이 (흥행이) 되면서 관객들에게 실망을 준 거다.” -‘만주 웨스턴’은 1960~70년대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장르다. <놈놈놈>을 계기로 이 장르가 반세기 만에 ‘김치 웨스턴’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는데, 앞으로도 이 장르의 영화가 계속 만들어질 것 같은가? 김 감독도 같은 장르 영화를 또 만들 생각인가? “또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만주 웨스턴이 한때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던 장르였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끊어져버렸다. 좋은 액션영화도 있었지만 액션영화가 갱스터 일색이 된 것도 관객들이 영화에서 멀어지게 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상한 놈’ 송강호, ‘나쁜 놈’ 이병헌, ‘좋은 놈’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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