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영화는 관객층이 넓다. 20대에게 청춘영화가 거울과 같다면, 10대들에게는 내 앞에 곧 펼쳐질 현실적 판타지이며, 중·장년에게는 아련한 추억이기 때문이다.
보고 나면 기분이 환해지는 한국 청춘영화가 실로 오랜만에 나왔다. 제목은 <달려라 자전거>. 지방 소도시의 대학에 갓 입학한 하정(한효주)은 가족과 함께 이사 오던 날, 자전거를 타는 수욱(이영훈)을 스치듯 만난다. 헌책방에서 일하는 수욱을 다시 만난 하정은, 무조건 반말을 쓰는 까칠한 그에게 묘하게 마음이 끌린다. 수욱과 가까워지려고 하정은 자전거를 배우다 하천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수욱에게는 비밀이 있다. 세계 여행을 같이 가기로 약속한 첫사랑이 불치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하정과 수욱은 서로 친밀감을 느끼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걸 알고 있다.
예쁜 화면과 발랄한 음악이 흐르는 <달려라 자전거>는 뜻밖에 팍팍한 삶이라는 현실의 땅 위에 발딛고 있다. 하정의 엄마는 우울증으로 자살했고, 오빠는 그런 엄마를 견디지 못해 가출한 상태다. 아빠는 술로 지새고, 동생은 그런 아빠를 미워한다. 요즘 잔잔한 인기를 끌며 상영 중인 일본 청춘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이 판타지에 가까운 순백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임성운 감독 장편 데뷔작. 7일 개봉.
이재성 기자, 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