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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제2의 원스’ 또 터졌다

등록 2008-08-19 19:06수정 2008-08-19 19:21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결산
‘영@하트-로큰롤 인생’ 웃음과 눈물 선사
‘러시아의 채플린’ 메드벳킨 ‘행복’도 인기

소규모 개봉작으로는 드물게 22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던 영화 <원스>가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는지. 입소문을 타고 잔잔한 흥행을 이어갔던 이 영화는 지방 소도시에서 개최하는 작은 영화제의 존재를 알리는 데 큰 몫을 했다.

■ 웃음과 감동의 <영@하트-로큰롤 인생>

19일 막을 내린 제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올해도 다시 한번 개막작으로 큰 일을 낼 것 같다.

11월이나 12월께 <로큰롤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할 예정인 올 개막작 <영@하트> (사진)가 ‘제2의 원스’를 예감하게 하고 있다. 이 영화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햄프턴에 살고 있는 75~93살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로 이뤄진 합창단의 공연 준비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클래식과 오페라를 좋아하던 노인들이 젊은 합창단장(그도 50대다)에게 혼나 가며, 록 가수들의 노래를 배우고 무대에 서기까지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요컨대, 이 영화는 음악이 사람을 어떻게 치유하는지, 음악의 무엇이 우리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노인들은 생로병사의 모든 고통을 노래에 실어 날려보낸다. 심각한 중추 질환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는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 <아이 필 굿>의 박자를 놓치기 일쑤고, 공연 직전까지 가사도 제대로 외지 못하지만, 누구보다도 노래를 즐긴다.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세상을 떠난 동료들에게 노인들은 밥 딜런의 <포에버 영>을 바친다. 호흡 곤란으로 코에 호스를 꽂고 산소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하는 할아버지가 “당신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릴 때/ 대신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잃었을 때/ 누군가를 사랑했으나 허사가 됐을 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라며,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를 노래할 때 객석은 낮게 흐느낀다. 영화를 더욱 감동적으로 만드는 건 재치와 웃음을 잃지 않는 노인들의 여유다. 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웃기도 많이 웃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음악이 사람들에게 주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영화”라고 평했다. 2008년 애틀랜타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 영화사의 전설을 만나다


영화제 이틀째인 지난 15일 저녁, 비가 쏟아지는 제천 청풍호반의 야외무대에서 상영한 러시아 무성영화 <행복>(1934)도 이번 영화제의 유쾌한 발견이었다. 알렉산드르 메드벳킨 감독의 첫 장편 작품인 이 영화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다소 고전적인 주제를 탐색한다. 과장된 슬랩스틱 코미디 속에 날카롭게 벼려놓은 풍자정신은, <전함 포템킨>의 에이젠슈테인 감독이 그에게 붙여줬다는 ‘러시아의 채플린’이라는 별명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독일의 음악가 울리히 코조 벤트와 안네 비에만은 아코디언과 색소폰, 플룻을 현장에서 연주해 영화에 소리를 입혔다. 2800여명의 관객들은 옷이 젖는 것도 아랑곳 않고 난생 처음 보는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변사 공연으로 상영한 한국 최고(最古)의 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세계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1927), 최초의 뮤지컬영화 <브로드웨이 멜로디>(1929)를 비롯한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밥 말리와 쳇 베이커, 팔코 등 저세상으로 떠난 위대한 뮤지션들 뿐 아니라, 호아킨 사비나, 시규어 로스 등 살아 있는 전설들과의 스크린 데이트는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제천영화제는 적은 예산(14억원)으로도 얼마든지 특색 있는 영화 축제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영화팬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제천/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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