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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신예 감독 이성한 “진짜 날것 액션 찍고 싶었다”

등록 2008-08-24 18:26수정 2008-08-24 20:04

신예 감독 이성한
신예 감독 이성한
‘스페어’의 괴짜 신예 감독 이성한
충무로에 ‘물건’ 하나가 출현했다.

정통 액션 영화 <스페어>의 이성한(37) 감독. “딴따라는 안 된다”는 부모의 반대로 예술고 진학의 꿈이 좌절된 뒤, 인문계 고등학교와 대학(행정학 전공)을 얌전하게 나와, 건설회사에서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영화에 뛰어든 이유? “지금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란다. 여기까지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스토리다. “여섯살 때 영화를 좋아하던 어머니의 무릎에 앉아 처음 본 <슈퍼맨>에 꽂혔고, 중2 때 청룽(성룡)의 영화 <쾌찬차>를 보고 나서 ‘아, 나도 성룡처럼 배우와 연출을 병행하는 감독이 돼야지’(사실 <쾌찬차>의 감독은 훙진바오(홍금보)다)라고 다짐했다는 ‘액션 키드’ 입문 과정도 특별할 건 없다 치자.

회사원 접고 37살에 영화의 길로
각본-연출-제작 직접 진행 ‘배짱’
전통악기로만 연주한 국악 ‘고집’

그런데 이 남자, 평생의 숙원을 가슴속에 키워오면서 다짐한 게 두 가지 있다. “내가 영화를 만든다면, 눈속임 없는 날것의 액션을 만들겠다, 전통악기만으로 연주한 국악 음악영화를 만들겠다”는 것. 장편 데뷔작 <스페어>에서, 그는 구상을 실천에 옮겼다. <스페어>에서 와이어를 쓴 장면은 딱 한 군데. 일본 야쿠자 사토(고가 미쓰키)의 발차기에 상대가 5m 가량 나가떨어지는 장면이다.

“다른 영화보다 좀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요즘 관객들은 워낙 날아다니는 장면에 익숙해져 있어서. 때리는 거 찍고, 맞는 거 찍고, 날아가는 장면 찍어서 이어 붙이면 폼나는 액션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건 액션 안 되는 배우들한테 써먹는 것 아닌가. 나는 그렇게 하기 싫었다.”

<스페어>의 배우 캐스팅 제1 원칙은 “액션 연기를 잘할 것”이었다. 임준일처럼 서울액션스쿨 출신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고, 프로 권투선수 출신의 고가 미쓰키가 나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덕분에, 프레임 속도를 늦춰서 천천히 촬영한 뒤에 정속(24프레임)으로 돌리는 편법을 쓰지 않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다짐, 국악 음악영화를 고집한 이유는? “속상해서”였다. 왜 사극 영화에도 국악을 쓰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야금의 명인이라는 이들이 <캐논 변주곡>을 치는 걸 볼 때는 울화통이 치밀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커스는 영화음악에 오케스트라를 동원한다고 자랑한다. 그게 그네들의 전통 악기니까. 그럼 우리도 할 수 있다, 내가 잘해서 성과가 좋으면 시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가 국악에 조예가 깊은 건 아니었다. 김슬기 음악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전공한 사람도 못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 우리도 서양악기와 섞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감독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만들었다 부수기를 1년 동안 반복하다 거의 끝에 가서야 영화음악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감독으로서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김영철 촬영감독(<짝패> <스페어>)의 강좌를 들은 게 전부다. 단편 하나 찍어보지 않은 신인감독이 장편 데뷔작의 각본과 연출, 제작까지 도맡았을 만큼 배짱이 두둑하다. 상업영화를 지향하지만 쉽게 타협할 것 같지는 않다. 관객들에게 바라는 것은? “영화계에 이런 괴짜 감독 하나 있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활극 현란한 현대판 ‘별주부전’

‘스페어’ 어떤 영화?

23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스페어>는 현대판 <별주부전>이다. 동네 양아치 광태(임준일)는 사채업자 명수(김수현)의 돈을 빌려썼다가 막다른 길에 몰리자 간을 팔기로 한다. 광태의 간을 사기로 한 건 일본 야쿠자. 이 조직의 2인자 사토(고가 미쓰키)는 내부 배신자의 칼에 찔린 보스에게 이식할 간을 가져가기 위해 한국에 온다. 그러나 장기 매매의 브로커 구실을 했던 친구 길도(정우)가 돈을 떼먹은 사실을 알게 된 광태는 길도를 잡으러 나서고, 간 값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게 된 명수는 광태를 잡으러 나선다. 어쩔 수 없이 광태를 따라나선 사토는 뜻하지 않은 싸움에 휘말린다.

올 상반기 슬리퍼 히트작(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이었던 액션 영화 <테이큰>이 그랬던 것처럼, <스페어>의 이야기도 단순하다.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이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과정은 마치 컴퓨터 게임을 보는 듯하다. 와이어를 사용하고, 감속 촬영을 하는 다른 영화들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광태와 사토가 일명 ‘쌍둥이’와 싸우는 장면이다. 이른바 ‘고추장 액션’과 ‘와사비 액션’의 대결인 이 장면은 가라테 복싱(최배달의 극진 가라테와 권투를 섞은 무술)과 브라질 무술인 카포에이라 등 현란한 활극의 향연을 펼쳐낸다. 광태가 싸움 도중 벽을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 역시 와이어 없이 촬영한 것이다. 28일 개봉.

이재성 기자, 사진 필름 더 데이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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