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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소지섭 “거짓 아닌…진짜 연기를 하고 싶어요”

등록 2008-09-09 18:53

 소지섭(31)
소지섭(31)
‘영화는 영화다’ 주연 소지섭
영화배우 꿈꾸던 깡패 ‘강패’역
쓸쓸하고 과묵한 일상 닮은꼴
“재충전 동안 연기 열망 재확인”

소지섭(31)의 목소리는 겨우 들렸다. 스태프들 말고는 아무도 없는 오전 시간의 조용한 카페에서, 이 건장한 청년은 혹시 누가 들을세라 최대한 나직하게 말했다. 듣던대로, 대답은 단답형이었다. 15개의 질문이 순식간에 동나버렸다.

“내성적이에요. 그나마 많이 유해진(그의 표현 그대로!) 거에요. 데뷔 초에는 정말 심각했어요. 오해도 많이 받았죠. 건방지다, 싸가지 없다 등등이요. 특히 처음 보는 분들이 오해를 많이 했어요.”

4년만의 복귀작인 영화 <영화는 영화다>(감독 장훈)에서 그가 연기한 ‘강패’라는 인물도 과묵하다. 강패 캐릭터에는 “말 많이 하지 않고,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소지섭의 평소 모습이 묻어 있다. 냉정하지만, 영화를 향한 열정을 품고 있는 조폭 중간두목이다. 영화 배우가 꿈이었던 강패는, 깡패처럼 상대 배우를 두들겨 패는 스타 배우 ‘수타’(강지환)와 함께 진짜 싸우는 걸 조건으로 액션 영화를 찍게 된다. 영화(수타)와 현실(강패)이라는 이항대립 구조를 지닌 이 영화에서, 팍팍한 현실을 상징하는 강패는 항상 검은 정장 차림으로 인상을 쓰고 있다. 홀로 호텔 방을 전전하며, 양말을 빨아 널고, 자신이 단역으로 출연했던 옛 영화를 비디오로 보며 쓸쓸히 잠이 든다.

‘그동안 연기에 무척 굶주렸구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소지섭은 캐릭터에 몰입했다. 그는 “강패라는 캐릭터에 강하게 끌렸다”며 “배우가 꿈인 점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수타’를 통해 스타 배우의 일상 생활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애인이 있는데도 공개하지 못하고, 데이트도 자동차 안에서만 한다. 소지섭은 “실제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 나도 예전엔 그랬다”며 “여자친구가 있어도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못하고 주로 차 안에서 지냈다”고 털어놨다.

이 영화는 그의 첫 주연 영화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994년 모델로 데뷔했고, 2004년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과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그가 출연한 유일한 국내 개봉 영화 <도둑맞곤 못살아>(2002)에서는 조연에 가까웠다. 그는 “워낙 오랜만이라 처음 2~3일 동안은 촬영 현장 나갈 때마다 많이 떨렸다”며 “2~3주 정도 지나면서 많이 좋아졌고, 그 뒤에는 정말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인터뷰하는 것도 행복하단다.


그는 “영화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부 개런티를 지분으로 전환한 것은 물론이고, 개인 돈을 내놓기도 했다. “영화로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더 열심히 하게 되지 않을까 해서”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공익근무요원 생활은 그에게 성찰의 시간이 됐다. 자신이 가진 것, 채워야할 것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성격상 새로운 사람 만나는 일이 어색했”지만, 가장 힘든 건 규칙적인 생활이었다고 한다. “금요일 아침에는 기분 되게 좋다가, 월요일 아침이면 우울해지는” 월요병을 겪어야 했다. 연기에 대한 열망은 공백기간에 비례해 더 커졌다. 그는 “복무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많은 것을 느끼고 변하게 될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막상 가보니까 정말 그랬다. 재충전의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내가 연기를 정말 좋아했구나, 다시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 “거짓된 연기를 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고.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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