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
위에서 부터 <나는 행복합니다> <남쪽바다의 노래> <무당의 춤> <자유부인>
강제이주정책과 ‘인종 넘는 사랑’ 이번 부산영화제는 역대 최다인 315편을 튼다. 세계 최초 상영인 월드 프리미어(85편)와 자국을 제외한 세계 최초 상영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48편)도 모두 133편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역시 발로 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마침 변방 국가들이 뛰어난 영화를 많이 생산하고 있어서 양과 질을 모두 담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감동의 대하드라마,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은 최근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영화 제작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만들기만 할 뿐, 해외 영화제 출품에 신경쓸만한 여유는 없다.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은 이런 빈틈을 노렸다. 현지 영화 제작사를 돌며 제작 중인 영화들을 입도선매했다.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도 그렇게 발굴한 작품이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시나리오가 워낙 좋아서 바보가 아닌 이상 영화를 망치기 어렵겠다 싶을 정도였다”며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된 카자흐스탄의 조그만 마을을 배경으로 인종과 연령을 초월한 사랑과 신뢰의 가치를 감동적으로 풀어나간 대하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카자흐스탄의 젊고 유망한 감독 루스템 압드라셰프, 러시아의 대표적인 시나리오 작가 파벨 핀, 카자흐스탄의 실력파 배우 누르주만 익팀바에프 등 일급 스태프들의 작품이다. 폐막작으로는 윤종찬 감독(<소름> <청연> 등)이 이청준의 단편 소설 <조만득씨>를 각색한 <나는 행복합니다>를 선정했다. 현빈이 정신병자로, 이보영이 간호사로 출연한다.
■ 발로 뛰어 찾아낸 변방의 보석들 중앙아시아 영화의 성장은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서도 확인된다. 카자흐스탄 감독 다니아르 살라맛의 가족 영화 <아빠와 함께>, 구카 오마로바의 <무당의 춤>, 우즈베키스탄의 <유르타>, 키르키즈스탄과 카자흐스탄의 합작인 <남쪽 바다의 노래> 등은 사실주의와 신비주의가 결합된 중앙아시아 지역 영화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9일 동안 315편 상영 ‘역대 최다’
중앙아시아·동남아영화 쏟아져 이번 부산영화제에 모두 11편을 출품한 필리핀 독립영화의 저력도 놀랍다. 아우레아우스 솔리토의 도발적인 퀴어시네마 <고고보이>, 다큐멘터리 형식을 독특하게 차용한 <고해> 등은 필리핀 정부의 독립영화 지원정책이 어떻게 결실을 맺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유일한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에서는 부산영화제가 운영하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이 처음으로 진출해 눈길을 끈다. 인도네시아 영화계가 배출한 기대주이기도 한 에드윈은 데뷔작 <날고 싶은 눈 먼 돼지>를 통해 민족 차별 문제를 시니컬한 풍자 형식으로 풀어낸다. ■ 한국 여성 감독들의 약진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서는 여성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단편 영화 스타였던 이경미, 부지영 감독은 각각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쓰 홍당무>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선보인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공효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고태정 감독의 <그녀들의 방>은 여성들의 욕망과 현실적인 상처가 뒤엉키는 파국의 드라마이며, 김소영 감독의 <민둥산>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건조하면서도 가슴 아픈 응시가 돋보인다. 강미자 감독의 <푸른강은 흘러라>는 연변을 배경으로 17살 소년, 소녀들의 풋풋한 성장담을 담았다.
부산영화제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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