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멋진 하루’ 제작발표회에서 소감 밝히는 배우 전도연. (연합뉴스)
배우 전도연에게는 지난해 봄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칸의 여왕', '월드 스타', '칸이 선택한 배우'라는 수식어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신작 '멋진 하루'로 돌아온 지금도 마찬가지다. 스크린에서 자신의 표정과 몸짓만 지켜보고 있을 관객 앞에 선 배우에게 그 부담감은 얼마나 큰 것일까.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어떤 작품이든 개봉할 때가 되면 무섭고 긴장되기는 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상을 받고 왔더니 제 실력이 실제보다 과대포장된 것 같고,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것 같고… 나중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떨어야 하나' 싶었어요."
차기작으로 '멋진 하루'를 택한 이유 역시 수상 이후 부담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였다.
"배우로서는 최정상에 섰고 거기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버리기 어려웠어요.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줬으니 제게는 너무 고마운 작품이에요. 지금은 완전히 잊고 살다가 누군가가 말을 꺼내야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생각나요.(웃음)"
그렇게 선택해 완성된 영화를 보고 자신의 연기에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묻자 전도연은 수줍게 웃으면서 "아, 또 하나의 좋은 작품을 만난 거구나, 뿌듯했다"고 슬쩍 만족감을 표시했다.
'멋진 하루'는 헤어진 남녀가 한나절 함께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 전도연을 클로즈업한 첫 장면은 건드리면 울음이 툭 터질 것 같은 원망을 가득 담은 표정이다. 그리고 마지막 클로즈업 장면에서의 표정은 보일 듯 말 듯한 웃음을 슬며시 눈과 입꼬리에 머금은 표정이다.
속사포 같이 쏟아지는 대사의 대부분은 넉살 좋은 병운을 연기한 하정우의 몫이었지만 얼굴 표정과 사소한 움직임만으로 섬세한 감정을 내보이는 연기는 전도연의 몫이었다. "희수는 삶을 계획대로 사는 사람인데 병운 같이 '어쩌다 보니'라는 태도로 사는 남자를 보면 짜증이 나는 거죠. 제가 실제로 그렇거든요. 그런 희수가 계획이 하나에서 열까지 다 깨졌으니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겠죠. 결국엔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깨닫고 예전의 희수로 되돌아가는 거고요." '멋진 하루' 보도자료에는 전도연에 대해 '완벽한 준비와 계산된 연기로 한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배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실제로도 그와 함께 일한 감독들은 "촬영장에 나타나서는 별로 준비 안 했다고 하다가 막상 촬영에 들어가 보면 완벽하게 준비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엄살을 좀 부려놓으면 기대치가 낮아져서 잘 한다고 하겠지 싶은 마음이었겠죠.(웃음) 연기 준비라는 게 감정을 어떻게 잡아놓고 준비한다는 건 아니잖아요. 캐릭터를 100% 이해하고 촬영에 들어가기는 힘들고요. 그저 인물에 대해 호의적이고 마음을 열어두는 거죠. 이 인물과 내 공통점을 찾아내고 느끼는 거예요." 현재 임신 중인 전도연은 당분간 스크린을 떠나 있을 계획이다. 복귀한 이후 '밀양'처럼 감정의 바닥까지 긁어내는 극한의 연기에 다시 도전할 것인지 묻자 그는 "어떤 배역이든 딱히 도전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답했다. "다들 제게 엄청난 선택의 폭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아요. 제가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제게 주어진 작은 범위에서 좋은 선택을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다예요." (서울=연합뉴스)
속사포 같이 쏟아지는 대사의 대부분은 넉살 좋은 병운을 연기한 하정우의 몫이었지만 얼굴 표정과 사소한 움직임만으로 섬세한 감정을 내보이는 연기는 전도연의 몫이었다. "희수는 삶을 계획대로 사는 사람인데 병운 같이 '어쩌다 보니'라는 태도로 사는 남자를 보면 짜증이 나는 거죠. 제가 실제로 그렇거든요. 그런 희수가 계획이 하나에서 열까지 다 깨졌으니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겠죠. 결국엔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깨닫고 예전의 희수로 되돌아가는 거고요." '멋진 하루' 보도자료에는 전도연에 대해 '완벽한 준비와 계산된 연기로 한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배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실제로도 그와 함께 일한 감독들은 "촬영장에 나타나서는 별로 준비 안 했다고 하다가 막상 촬영에 들어가 보면 완벽하게 준비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엄살을 좀 부려놓으면 기대치가 낮아져서 잘 한다고 하겠지 싶은 마음이었겠죠.(웃음) 연기 준비라는 게 감정을 어떻게 잡아놓고 준비한다는 건 아니잖아요. 캐릭터를 100% 이해하고 촬영에 들어가기는 힘들고요. 그저 인물에 대해 호의적이고 마음을 열어두는 거죠. 이 인물과 내 공통점을 찾아내고 느끼는 거예요." 현재 임신 중인 전도연은 당분간 스크린을 떠나 있을 계획이다. 복귀한 이후 '밀양'처럼 감정의 바닥까지 긁어내는 극한의 연기에 다시 도전할 것인지 묻자 그는 "어떤 배역이든 딱히 도전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답했다. "다들 제게 엄청난 선택의 폭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아요. 제가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제게 주어진 작은 범위에서 좋은 선택을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다예요."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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