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회원 인터뷰도 담겨
대학과 노동 현장에서 경찰과 투석전을 벌여가며 봐야 했던 <파업전야>가 18년 만에 디브이디로 나왔다. <파업전야>는 1990년 당시 노태우 정권의 상영금지 조처에도 불구하고 3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최초의 장편 노동영화다.
<파업전야> 디브이디 발매를 총괄한 이용배(49) 계원조형예술대학 애니메이션과 교수는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기념으로 <파업전야>가 상영된 뒤, <파업전야>를 디브이디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며 “18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생각하며 영화를 봐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업전야>가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을 둘러싼 논란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파업 중이던 인천의 한 공장에서 한동안 꺼두었던 기계를 다시 돌려가며 촬영한 영화는 지금 봐도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승진시켜주겠다는 회사의 회유에 갈등하는 주인공, 노조를 만들려는 핵심 노동자들, 대학생 출신 위장취업자 등 전형적인 인물들이 출몰하지만, 리얼리티의 밀도가 높아 전혀 진부하지 않다.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은어와 음담패설 등이 영화를 풍성하게 하는 건 물론이다.
<파업전야>를 제작한 ‘장산곶매’는 1988년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 <오! 꿈의 나라>를 제작하며 결성됐다. 1992년 <닫힌 교문을 열며>를 만든 뒤 사실상 해산했지만, 이후 한국 영화 발전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다. 디브이디에는 이 교수가 장산곶매 회원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한 4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소 장산곶매>가 부가 영상으로 담겼다. 장산곶매 회원으로는 <접속>과 <텔미 썸 딩>의 장윤현 감독, <알포인트> 의 공수창 감독, 이은 엠케이픽처스 대표,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 등 낯익은 이름이 수두룩하다. 2만5천원. 문의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02-778-0367).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파업전야> 디브이디 제작단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