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중(사진)
주경중 감독 총연출 “11일 지상최대 댄싱파티”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베이징 올림픽 개·폐막식처럼, 영화 감독이 연출하는 축전은 그만의 색깔을 기대하게 된다. 영화 <동승>을 만든 주경중(사진) 감독은 11~14일 전남 해남·진도에서 열리는 ‘명량대첩 축제’ 총감독을 맡아 색깔빚기에 분주하다.
“영화는 실수를 해도 다시 찍으면 되지만, 이 행사는 한 번에 ‘오케이’를 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고 말했다. 주 감독은 전남도가 의욕을 갖고 명품으로 발돋움시키려는 이번 축전의 소재로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인 진도 씻김굿과 강강술래 등 민속문화를 콘텐츠로 다양하게 활용했다.
행사 첫날인 11일 오후 4시 진도대교 앞 명량대첩 전적지인 울돌목에선 150척의 배와 주민 1200여명이 참여하는 야외 총체극을 통해 해전을 재현한다. 주 감독은 “정유재란 때의 실전처럼 연출하기 위해 스턴트맨과 특수효과 등 영화적 기법을 썼다”고 말했다. 왜군이 탄 안택선이 화포를 맞아 불에 타고 왜군들이 바다에 뛰어드는 등 411년 전의 해상 전투가 ‘영화처럼’ 펼쳐질 예정이다. 관광객들은 충무공 기념공원에 마련된 5천석의 관람석에서 영화 같은 해전을 관람할 수 있다.
둘쨋날은 ‘화합과 상생’에 초점을 맞춰, 12일 오후 4시 우수영과 진도대교에서 상여 행렬이 펼쳐진다. 주 감독은 “해남 우수영에서 해전으로 숨진 이들의 넋을 건져 씻기는 굿판을 벌인 뒤, 진도대교로 상여를 메고 간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 민초들과 수군들뿐 아니라 객사한 왜군들의 넋까지도 씻겨 운구하기 위해서 상여는 세 개를 마련했다고 한다. 주 감독은 “이승을 떠나는 넋의 서러움을 대신해 부르는 상여소리(만가)에 가슴에 묻어둔 회한을 날려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11, 12일 오후 5시 진도대교에선 관광객과 주민 3만명이 오색천을 잡고 4㎞에 이르는 타원을 그리며 강강술래를 펼친다. 그는 “지상 최대의 ‘댄싱 파티’를 통해 서로가 노래로 마음의 갈등을 풀고 새로운 소망을 담는 자리”라고 말했다. 주 감독은 “이번 축전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주민 참여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진도 7개 읍·면과 해남 14개 읍·면의 주민들로 구성된 21개 팀이 마당극에 출연한다. 그는 “어르신들이 밤 8시부터 마을회관에 모여 맹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안/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전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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