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섭 “진보진영 탓 대공황”
차승재 등 “일시적 경색국면”
차승재 등 “일시적 경색국면”
부산영화제가 한국 영화 위기의 책임에 대한 논쟁에 휩싸였다. 진앙지는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다. 강 위원장은 지난 4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전환기, 한국 영화산업의 현황과 전망’ 토론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영화 정책을 자칭 진보주의자들이 독점했다”며 “그동안 영화정책을 자의적으로 농단한 ‘이너 서클’이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한, 한국 영화계의 화합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싸이더스 에프앤에이치 공동대표)과 이효인 경희대 교수가 반박에 나섰다. 한국영상자료원장을 지낸 이 교수는 “영화진흥위원장의 발언인지, 학자의 발언인지 모르겠다”며 “특히 ‘자칭 진보주의자’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자칭 진보주의자들이라고 앞선 영진위를 비판했는데, 2기와 3기 영진위가 뭘 잘못했다는 것인지, 그걸 알아야 반성하지 않겠느냐”고 따졌다. 강 위원장은 4기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그러자 강 위원장은 “영진위 2기와 3기가 잘못한 것은 연간 50편 제작되던 한국 영화를 150편으로 늘어나게 만든 것”이라며 “세계 5대 영화 강국이 되자며 650억원을 썼고, 영상투자펀드를 포함하면 거의 1조원에 가깝게 투자를 했는데, 오늘날 투자가 잘되고 산업모델이 확실히 서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각종 영상투자펀드는 냄새가 심하게 난다”며 “그런데도 얼치기 진보주의자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를 ‘대공황’으로 볼 것이냐의 여부를 놓고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강 위원장은 “지금 한국 영화산업은 대공황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것은 순환적·계절적 위기가 아니며, 내년 하반기에도 회복되지 않을 수 있는” 구조적인 위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차 회장은 “공황이란 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지금 한국 영화산업은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일시적인) 경색국면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7년 동안 물가는 30% 이상 올랐는데 극장 요금은 그대로였다”며 “극장 매출에 8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잘못된 수익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며, 요금을 2000원만 올려도 정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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