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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미쓰 홍당무’ 제작·연출 박찬욱-이경미 감독

등록 2008-10-13 18:51수정 2008-10-13 19:25

박찬욱 감독(왼쪽)과 이경미 감독이 13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미쓰 홍당무>와 한국 영화의 앞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찬욱 감독(왼쪽)과 이경미 감독이 13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미쓰 홍당무>와 한국 영화의 앞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감독 “캐릭터 새로워 제작 결심”
이 감독 “힘들어 다신 제작 안한대요”
박 감독 “한국영화=독특한 상상력 ‘신뢰’ 보여야 위기 극복”
이 감독 “관객들 기대 충족할 만한 얘기 만들어야겠다 생각”

공효진 주연의 영화 <미쓰 홍당무>는 박찬욱(45) 감독이 영화제작자로 나서 처음 만든 작품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런데 영화가 만들어진 뒤, 박 감독은 “다시는 제작자로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 16일 개봉을 앞둔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35) 감독과 박 감독을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 감독은 요즘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박쥐>의 촬영을 마치고 편집에 열중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04년 3회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이 감독의 단편 <잘돼가? 무엇이든>이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인 박 감독의 역할이 컸다고 하던데, 어떤 점이 좋았나?

박: 단편의 경우, 실험적인 작품을 좋아하는데, <잘돼가?…>는 형식상 고전적이었다. 그런데 워낙 뛰어나 내 취향이 아닌데도 좋았다. 특히 유머 감각이 좋았다. 장편을 만들 능력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미쓰 홍당무> 제작을 결심한 배경은?

박: 캐릭터가 새로웠다. 한마디로 그거다.

-주연배우 공효진씨는 이 감독이 제작자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은 것 같다고 하더라. 기술 시사 뒤, 박 감독이 몇 군데 고치라고 했는데, 거의 수정이 없었다더라. 영화 시작할 때 빨간 글씨로 나오는 “우리 같은 애들은 더 열심히 살아야 돼. 세상이 공평할 거란 기대를 버려” 같은 문구를 빼라고 했는데, 그대로 갔다고 예를 들었다. 이 감독이 고집이 센 건가?

박: 그런 면도 있고 아닌 면도 있다. 그 자막에 대해 말하자면, 영화에 나오는 얘긴데 뭘 앞에 또 쓰나, 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중언부언을 제일 싫어한다. 그런데 그 대사를 보고 사람들이 많이 웃었다. 처음부터 코미디 분위기가 잡히더라. 그렇게 좋아하는데 왜 빼?

-그럼 이 감독이 맞았던 것인가?

박: 그런 셈이다.

이: 사실 나도 뺄까 했는데 의외로 관객들이 재미있어해서 그냥 가게 됐다.

-의견이 달랐던 것은 또 뭐가 있나?

박: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양미숙(<미쓰 홍당무>의 주인공)이 삽질하는 장면으로 영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좀 낯설게 시작하는 방법이다.

이: 바로 ‘삽질’로 시작하면 관객들이 너무 준비가 안 돼 있을 것 같았다. ‘워밍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박: 그게 더 성숙한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결과에 만족하나?

박찬욱 / 이경미
박찬욱 / 이경미
박: 그렇다. 각본에 잘 구현된 캐릭터가 좋은 배우와 감독을 만나 매력이 커졌다. 신인들 힘도 강하고, 영화가 1초도 지루한 순간이 없다. 공효진씨의 변화무쌍한 표정 연기는 지금까지 못 본 것이다. 웃겼다 울렸다 진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해줬다. 돈이 많이 든 것도 아니고.

이: 공효진씨는 참 대단한 배우다.

-최근 김기덕 감독이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박 감독도 후배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평소 하고 있었나?

박: 아니다. 내 앞가림도 벅차다. 제작자 노릇을 한다는 게 많이 두렵다. 운 좋아서 큰 마찰 없이 잘 만들었지만. 또 어떤 사람 만나서 어떤 일을 겪을지 ….

-차기작도 같이 해볼 생각인지?

이: 제작이 힘들었는지 박 감독님이 제작은 다시는 안 하겠다는 얘기를 한다.

박: 약속한 건 있다. <설국열차>라고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이다. 나는 시간적으로 여유 있게 살고 싶다. 처자식 데리고 놀러도 가고, 독서도 하고, 사람이 그런 재미가 있어야지 ….

-한국 영화가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박: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한국 영화가 그렇게 갑자기 나빠진 것 같지도 않고. 어느 순간 관객들이 불매운동하는 것처럼 안 보는 느낌이다. 다른 재미있는 일이 생긴 거 아닌가? 미국 드라마 같은.

이: 저는 막 들어온 사람이라서 잘 모르는데, <미쓰 홍당무>의 경우 박 감독님이랑 같이 하지 않았다면 만들지 못했을 것 같다.

-대안은?

박: <영화는 영화다>나 <미쓰 홍당무>처럼 아담한 영화들이 살길이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작아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처럼 크고 상업적 매력을 풍기는 영화들이 한편에 있고, 이렇게 귀여운 영화들이 같이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얘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박: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중소 규모 영화로 흥행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어디서도 못 본 상상력이란 자신이 있어야 한다. 티브이 드라마와 달라야 하고. 그래야 돈 내고 극장에서 볼 텐데, 그게 어렵다.

-이 감독은 박 감독 영화 중에 어떤 작품을 제일 좋아하나?

이: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제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베스트 10’에 들어간다. 캐릭터들도 너무 사랑스럽고, 대사들이 페이소스가 있다.

글 이재성 길윤형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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