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봉작 <아내가 결혼했다> 주인공 손예진씨 .김경호기자
‘아내가 결혼했다’ 손예진
“두 남자와 결혼한 ‘문제적 여자’
옳은진 모르겠지만 가능한 사랑”
일찍이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라고 노래한 이는 ‘영원한 젊은 오빠’ 나훈아였다. 안타깝게도 사랑은 늘 이기적이다. 상대에게 ‘눈물’과 그에 따른 고통을 강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랑을 지켜내는 건 사랑 자체가 아니라 약자의 처지에 놓이곤 하는 ‘더 좋아하는 쪽’의 인내와 희생이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도발적인 문제작이다. 한 명의 아내에 두 명의 남편. ‘일처다부제’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결혼’과 ‘연애’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경쾌하게 뒤집는다. 인아(손예진)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말하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다. ‘FC 바르셀로나’의 광팬 인아와 ‘레알 마드리드’의 열혈 서포터 덕훈(김주혁). 축구를 통해 가까워진 둘은 연애를 시작하고,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다. 잠시 동안의 신혼생활이 이어진 뒤, 지방에서 근무하게 된 인아는 또 다른 남자 재경(주상욱)과 두 번째 결혼을 선언하고 실행에 옮긴다. 1956년 나온 <자유부인>의 맥을 잇는 ‘문제녀’로 등장한 손예진을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까페에서 만났다.
“솔직히 인아를 100% 다 이해하진 못해요.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냐는 질문에 우리 나라 여성 70% 정도가 ‘자신 없다’고 말한 설문 결과를 본 적 있어요. 결혼 뒤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겠지만, 대부분 감정을 억누르거나,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 하잖아요. 결혼을 두 번 하기는 힘들죠.”
인아는 거침 없이 연애와 사랑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고(“나 오래오래 자기를 사랑하게 될 것 같아. 근데 평생 자기만 사랑할 자신은 없어.”), 서슴 없이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다고 말한다(“그래 잤어!”). 그리고 마침내, 어느 쪽의 아이인지 모를 임신을 한 뒤 친부를 캐묻는 덕훈에게 “그게 뭐가 중요해. 이건 우리 아이야”라고 항변한다. 인아는 가부장제에 길들여진 한국 사회에, 특히 그 수혜자인 남성들에게 적잖은 불편함을 강요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이 있잖아요. 전통적 기준에서 본다면 인아는 분명 이상한 여자죠. 그런데 분명 인아와 덕훈 같은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인아의 모습이 불편하신 분들은 ‘그냥 영화다’라고 봐줬으면 좋겠어요. 꼭 인아의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니까.”
사랑하는 여자의 감당하기 힘든 연애관에 괴로워하던 덕훈은 결국 조금씩 인아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인아는 벚꽃 흩날리는 봄날 거리에서 덕훈에게 ‘이해’ ‘자유’ ‘나눔’ 등의 단어를 써가며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을 조근조근 설명한다. 손예진은 “인아도 결국 덕훈이 자신을 이해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아는 덕훈을 진지하게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그 방법이 사회적 통념과 다를 뿐이죠. 영화에서 이별을 얘기하는 쪽은 언제나 덕훈이지 인아가 아니거든요.” 그렇다 해도, 인아처럼 ‘쿨’할 수도, 덕훈처럼 대범할 수도 없는 ‘장삼이사’들에게 <아내가 결혼했다>의 사랑은 결국 ‘약육강식’의 사랑이다. 차마 헤어질 수 없는 약자가 결국 굽혀야 하는 ‘냉정한 게임’이란 사실을 드러내는 잔혹극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래서, 요절가수 김광석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읊조렸던 것일까. 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박현욱의 동명 소설을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의 정윤수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23일 개봉.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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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진 모르겠지만 가능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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