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치바가 나타나면 항상 비가 온다. 그래서 치바는 파란 하늘과 햇님을 본 적이 없다. 영화 의 포스터
어제 <스위트 레인(sweet rain) 사신의 정도>란 금성무 주연의 영화를 보았다. 아사카 고타로의 소설 <사신 치바>가 원작이다. 사신은 사고로 죽을 운명의 인간을 1주일 동안 관찰하고, 그가 죽어도 될지 또는 살아서 할 일이 있을지를 결정하는 일을 한다. 수많은 사신 중 치바란 이름의 사신과 어느 젊은 여인과의 인연을 영화(소설)은 담고 있다.
이 사신은 인간의 인생과 죽음에 관심은 별다른 관심은 없다. 어차피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죽으니까 죽음은 특별한 것이 없다라고 사신 치바는 이야기한다. 그래 죽음은 특별할 것이 없다. 죽음만큼 흔하디흔한 것이 어디 있으랴!
특별할 것 없는 죽음을 이야기해야하는 죽음의 신, 인간인 의사
오늘도 50대 초반의 남자에게 담도암 말기란 말을 건네야했다. 입원 중인 환자라면 보호자만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하여 완충의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이렇게 외래에 혼자 오는 사람에게는 말을 꺼내기가 참 난감하다. 생전 2번째 만나는 사람에게 ‘암 말기네요.’ ‘얼마나 살까요?’ ‘글쎄요, 몇달…’
수술이 가능한 단계라면 외과로 보내면 되고, 항암치료를 해야 하면 종양내과로 보내면 되지만, 담도암 같이 항암치료도 효과가 없는 암이 퍼진 상태에서 오면 말을 떼기가 참 어렵다. 뭐, 다른 소화기 암들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지난번 만난 17살 남학생은 부모에게 위암 말기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니 그나마 마음이 덜 무거웠다. 하지만 지난주에 혼자 방문한 30대 여자의 맑은 눈망울을 보며 말을 꺼내기는 너무 어려웠다. 갈수록 얼굴에 철판이 늘어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피할 수는 없는 일이고 누군가는 총대를 매어야하는 것을 어쩌랴. 하지만, 영원불멸의 생과 사를 경험하지 못하는 사신도 일주일을 고민해야하는 일을 인간인 의사에게 너무 큰 짐이 아닐까? 특별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 사신 치바는 그래도 일주일 동안 한명의 인간에게만 사형판단과 선고를 하면 된다. 하지만, 나 같은 의사는 하루에 몇 명이 될 경우도 있고 거의 매일 마주쳐야하는 일상이다. 의사란 직업이 결코 좋은 직업은 아닐 것 같다. 내 친구 중에는 내과 전공의 수련 중 종양내과병동의 죽음의 냄새를 못 견디고 사표를 내고 과를 바꾼 경우도 있었으니까… 여담 : 솔직히 사신이 부러웠는데, 나는 죽음에 대한 고지를 해야 하고, 당신이 왜 죽어야하는지 설명을 해서 납득을 시켜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당신의 남편이 왜 죽어야만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사신은 관찰만 할 뿐 죽을 사람에게 설명이나 통지를 하지도 않는다.
영화의 말미, 사신 치바가 죽음을 판정할 노인에게 평소와 같이 죽음에 대하여 물어본다. 그리고 특별할 것 없는 죽음에 대하여 노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늘에 태양이 있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잖아? 하지만 태양이 있는 건 중요한거야.’
치바는 처음 보는 맑은 하늘과 태양을 응시하며 되뇌인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 특별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
나의 일상과 삶과 죽음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또한 수많은 인간, 환자들 또한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내 삶과 나의 아이들의 일상과 삶이 소중한 만큼, 그들의 삶과 죽음도 소중할 것이다.
병간호에 지친 보호자나 나 같은 월급쟁이 의사들은 각자의 소중한 일상에 지치다보면, 다른 이들의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과 감정은 잊어버릴 때가 있다. 우리도 상처 받는 인간일 뿐, 완벽한 사신이 아니니… 스스로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용서도 필요하지만, ‘특별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을 잊지 않게 생각의 되새김질을 멈춰서는 안 될 것 같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수술이 가능한 단계라면 외과로 보내면 되고, 항암치료를 해야 하면 종양내과로 보내면 되지만, 담도암 같이 항암치료도 효과가 없는 암이 퍼진 상태에서 오면 말을 떼기가 참 어렵다. 뭐, 다른 소화기 암들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지난번 만난 17살 남학생은 부모에게 위암 말기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니 그나마 마음이 덜 무거웠다. 하지만 지난주에 혼자 방문한 30대 여자의 맑은 눈망울을 보며 말을 꺼내기는 너무 어려웠다. 갈수록 얼굴에 철판이 늘어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피할 수는 없는 일이고 누군가는 총대를 매어야하는 것을 어쩌랴. 하지만, 영원불멸의 생과 사를 경험하지 못하는 사신도 일주일을 고민해야하는 일을 인간인 의사에게 너무 큰 짐이 아닐까? 특별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 사신 치바는 그래도 일주일 동안 한명의 인간에게만 사형판단과 선고를 하면 된다. 하지만, 나 같은 의사는 하루에 몇 명이 될 경우도 있고 거의 매일 마주쳐야하는 일상이다. 의사란 직업이 결코 좋은 직업은 아닐 것 같다. 내 친구 중에는 내과 전공의 수련 중 종양내과병동의 죽음의 냄새를 못 견디고 사표를 내고 과를 바꾼 경우도 있었으니까… 여담 : 솔직히 사신이 부러웠는데, 나는 죽음에 대한 고지를 해야 하고, 당신이 왜 죽어야하는지 설명을 해서 납득을 시켜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당신의 남편이 왜 죽어야만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사신은 관찰만 할 뿐 죽을 사람에게 설명이나 통지를 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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