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를 잊지 않을 거야>에 출연한 오나가 마키, 고 이수현의 어머니 신윤찬, 아버지 이성대, 고 이수현 역을 맡은 이태성(왼쪽부터)
27일 오후2시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에비뉴엘에서 <너를 잊지 않을 거야>(제작: Wides Japan)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2001년 겨울, 술에 치해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달리는 지하철로 뛰어든 한국청년 이수현의 26살 일생을 담은 거짓말 같이 아름다운 감동의 실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이수현이 다니던 고려대학교 서클활동, 가수 출신의 제일동포 여자친구, 산악자전거를 이용한 후지산 등반, 사건이 일어났던 신오오쿠보역에서 촬영한 마지막 장면 등 많은 부분이 실제 이수현의 삶과 흡사하게 그려놓았다. 특히 이수현과 외모부터 비슷한 '이태성'이 이수현 역을 맡아 사실감을 더한다. 그와 함께 싱그러운 사랑을 나누는 상대역으로는 일본의 록밴드 '하이 앤 마이티 컬러'의 보컬인 '마키'가 출연하면서 주제가까지 불렀다. 내 무덤 앞에 서있지 마세요.
거기서 울지 마세요.
저는 거기에 없습니다.
거기에 잠들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천의 바람이 되어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눈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되어 작물을 키우는 태양의 빛이 되어 친절한 가을의 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침의 고요함 속에 당신이 눈떴을 때 솟아오르는 바람이 되어 원을 그리고 작은 새들을 하늘로 춤추게 합니다.
밤, 당신을 지켜주는 별이 되어 밤 하늘에 빛나고 있습니다.
내 무덤 앞에 서있지 마세요
거기서 울지 마세요.
저는 거기에 없습니다.
저는 죽은 게 아닙니다. -천(千)의 바람-
이 날 시사회 후 마련된 간담회에서 고(故) 이수현의 아버지 이성대, 어머니 신윤찬, 이태성, 오나가 마키를 만날 수 있었다.

이태성.
이태성은 “이 영화는 3년 전 처음 촬영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작품 경험이 적었다"며, "외국 스태프들과 작업한다는 것도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이어서, "무엇보다 이수현과 그를 아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고 그래서 더 노력했다”며, “한국에서 개봉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일본에서보다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렇게나마 개봉돼 다행이다"며,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나가 마키.
오나가 마키는 고 이수현에 대해 “고 이수현을 직접 뵌 적은 없다"며,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고인을 만나게 된 것 같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수현의 존재와 당시 용감했던 것을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극중 이수현의 여자친구 '유리' 역에 대해 오나가 마키는 "이 작품을 하게 돼 걱정을 많이 했다"며, "최대한 이수현에 대해서 많이 느끼며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번 계기를 통해 지난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충격적인 인상을 받았다"며, "동시에 감동도 전해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고 이수현의 어머니 신윤찬.
고 이수현의 어머니는 “지난 7년이라는 세월은 마치 역사책 몇 권 안에 담긴 시간 같았다"며, "일본에서 저희부부에게 참 잘해줬다"고 말했다. 이어서, "아들 잃은 아픔을 딛고 건강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일본 사람들의 아낌없는 배려였다”고 밝혔다. 영화에 대해 고 이수현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이야기가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제작자는 우리 부부를 만나 많은 대화를 하며 배려해줬다”고 말했다. 이어서, “가급적이면 앞으로 크는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가족 내용을 많이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많이 반영해 준 것같다”며, “한국에서 개봉되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고 특히 이태성에게도 정말 감사한다"며, "제가 한국 사람이니까 아무래도 일본 보다 한국에서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고 이수현의 어머니는 “대체적으로 잘 그려졌다"며, "아들 수현이는 원래 가슴이 따뜻하고 어른스럽게 부모를 챙겼다"고 말했다. 이어서, "영화에 나왔듯이 수현이는 어깨를 다쳤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자기 일은 스스로 헤쳐나가려고 했던 아이이다”고 밝혔다. 사고가 났을 때 심정에 대해 고 이수현의 어머니는 “엄마로서 아들을 이기적으로 자기를 우선으로 생각하도록 키우지 않았다는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우리 아들이 큰 업적을 남긴 건 아니지만 100명의 외교관보다 더한 업적을 남겼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 수현이를 통해 한국과 일본 사이가 말 할 수 없이 변했다고 했다”며, “비록 수현이는 자기 꿈을 다 펼쳐보지 못했지만 한일 양국을 위해 외교를 하겠다던 꿈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의 마지막 시에 대해 고 이수현의 어머니는 “영화 마지막에 나왔던 ‘천(千)의 바람’의 글귀는 수현이가 말하는 것 같다"며, "요즘에도 수현이 묘지에 가면 엄마 나 여기 묘지에 없어요. 한국과 일본 하늘에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고 이수현의 아버지 이성대.
고 이수현의 아버지는 “아들 수현이를 오늘 영화 속에서 또 봤다"며, "그 동안 꿈에서 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옛날 우리나라 속담에 꿈에 안보이면 좋은 곳에 가 편하게 쉰다고 했다"며, "그렇게 믿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아픈 것은 하루 빨리 잊기를 바란다"며, "하지만 아들을 잊기는 상당히 두렵다. 많은 분들이 우리 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아들이 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고 이수현의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 싶었다"며, "비록 마음으로나마 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못다한 정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서, "영화를 통해 좋은 하루였는데 마지막이 좋지않아 안타까웠다"며, "여러 사람들이 우리 아들 수현이를 잊지 않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과 한국에서 기억해주니 부모로서 위로가 된다"며, "수현이가 한 행동이 존경을 받을 수도 있고 아름다운 행동이라고 여겨진다. 아들 잃은 아픔을 잊으려고 한다. 앞으로는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영원히 간직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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