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는 꽃미남 4인방이 ‘동성애’ 코드 속에서 티격태격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성장영화다.
진혁(주지훈)은 단 음식은 질색하지만, 손님 대부분이 여자라는 이유로 주택가 골목길에 있던 한산한 서양 골동품점을 개조해 케이크 가게를 차리는 괴짜다. 그 가게에 진혁의 고등학교 동기이자, 국가대표급 매력을 뽐내는 ‘마성의 게이’ 선우(김재욱)가 천재 ‘파티시에’로 들어온다. 티격태격하는 둘 사이에 중국집 배달부 기범(유아인)이 주방 보조, 진혁의 보디가드 수영이 서빙을 맡으면서 영업은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영화는 화려한 케이크들의 색감과 이를 만들어 파는 멋진 남자들의 ‘간지’ 뒤에 감춰진 인물들의 상처를 하나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진혁은 어린 시절 유괴를 당하면서 겪은 후유증 탓에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며 ‘단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선우는 성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던 고교 시절 곱상한 외모 탓에 심한 따돌림을 당했다. 기범은 망막이 점점 떨어져 나가는 망막박리 때문에 목숨보다 소중한 권투를 포기한 복싱 천재다. 인물들은 서로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상처를 보듬는 대신, 케이크를 만들고, 서로를 구박하고, 손님을 맞는 일상들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만들었던 민규동 감독이 일본 만화가 요시나가 후미의 원작 <서양골동양과자점>을 각색했다. 민 감독의 전작에 출연했던 김민선, 조안, 이영진, 서영희 등의 카메오 군단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릴러물로 전환하는 후반과 부조리극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결말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13일 개봉.
길윤형 기자, 사진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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