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경택(42·사진)
‘친구, 그 못다한 이야기’ 곽경택 감독
곽경택(42·사진) 감독이 영화 <친구>를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제안했을 때, 방송사 관계자들은 “그 (폭력적인) 영화가 드라마로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드라마 7부 분량을 직접 써서 보여줬더니, “재미있겠는데”라는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곽 감독은 지금 대본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감독이 대본도 쓰고 연출도 하는, 드라마판에서 보기 드문 도전이다. 그는 “둘 중 하나만 하라던 주변 사람들 말을 흘려들은 것이 몹시 후회가 된다”며 웃었다.
제목이 <친구, 그 못다한 이야기>다. 영화로 못다한 이야기가 많았나 보다.
“지난해 영화 <사랑>을 하면서, 한국 영화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건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비슷한 확률이라는 걸 알았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를 기획하다가 일본 쪽 지인이 <친구>를 드라마로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친구>가 일본에서도 인지도가 있으니 해볼 만하다고 하더라. 미리 작정했던 건 아닌데 그 말을 들으니 이야기가 ‘자연발생적으로’ 떠오르고 살이 막 붙었다. 가수 보아의 일본 쪽 소속 기획사로 알려진 에이벡스가 일본 배급을 맡겠다며 계약금의 일부를 선지급해준다고도 했다. ‘친구들’이 운이 좋은가 보다.”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다시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장동건의 특별 출연을 기대하고는 있는데…, 열심히 ‘꼬시는’ 중이다.(웃음) 영화가 나온 지 7년이 흘렀는데도 관객들에게 배우와 캐릭터에 대한 인상이 지나치리만치 뚜렷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영화가 겹쳐 보이면 곤란하지 않나. 다른 배우들과 하고 싶었는데 배우로선 유오성, 장동건과 붙는 셈이니 캐스팅이 쉽진 않았다. 김민준은 워낙 열심히 하는데다 부산 사투리에 능숙해서 좋다. 현빈은 (장)동건이가 추천했는데 만나보니 그 배역에 딱 어울리겠다 싶더라. 서도영은 <봄의 왈츠> 때 눈여겨 봤고, 나머지 한 명 중호 역은 공개 오디션으로 뽑은 신인인데, 궁금증으로 남겨 놓겠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빨리 찍어야 하고 심의나 규제도 많다.
“그뿐이겠나. 복잡한 방송사 시스템과 수익 구조를 하나하나 이해하려니 골치가 아프다.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시원하게 펼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영리하게 헤쳐나갈 생각이다. 다른 동네로 이사와서 내 맘대로 하겠다는 건 욕심이다. 지금은 시청자들이 내가 <모래시계>를 봤을 때처럼 묵직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한다. 이건 386세대 감독이 만드는 사랑, 우정, 가족, 그리고 70~80년대에 대한 이야기니까.”
이미경 <씨네21> 기자, 사진 진인사필름 제공
이미경 <씨네21> 기자, 사진 진인사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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