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말투에 지긋한 시선, 겉으로는 부드럽고 편안해 보이지만 유지태는 영화와 연기에 대해 확고한 생각과 신념을 가진 배우다.
'동감'과 '봄날은 간다'의 부드러운 이미지로 성공한 뒤 '올드보이'에서 집착이 강한 남자를 보여줬고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도전했다. 누아르 '야수'의 엘리트 검사, 세상에 대한 분을 삭이지 못하는 '황진이'의 놈이 이후 택한 작품은 27일 개봉하는 '순정만화'다.
직접 만드는 이야기에 대한 욕심도 많다. 이미 인정받은 단편영화 감독인 그는 이제까지 '자전거 소년',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 '나도 모르게' 등을 만들었고 일본 쇼트쇼츠 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특별공헌상까지 받았다. 창작 연극 '육분의 륙',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의 원안을 내고 제작을 맡기도 했다.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에게 "바쁘겠다"는 인사를 건네자 그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바빠서 좋다"고 답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단편영화 작업을 하고 있고, 다 마친 뒤에는 첫 장편을 연출하려고 합니다. 도대체 언제 찍느냐고요? 영화에 출연하지 않고 있을 때는 시간이 나니까요. 저는 길게 끄는 걸 싫어해요. 지금 단편 같은 경우에는 시나리오를 3일 만에 썼고 촬영은 이틀 만에 끝냈어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는 만큼 연기를 할 때도 연출자의 시선을 생각하게 될까. 그는 "꼭 연출을 해서가 아니라 배우라면 늘 연출자의 시선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우라면 전체 편집을 염두에 둬야죠.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니까 스스로 감정에 너무 빠지기보다 절제를 해야 해요. 영화를 17편 하다 보니 현장에서 그런 경험치가 조금씩 쌓여 가는 것 같아요."
평소 연기를 설명할 때 '메소드(method)'나 '연기의 지향점'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그에게 좋아하는 연기방식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정형화하지 않은 연기, 그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연기를 꼽았다.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한다고도 했다.
"우리 관객들은 겉으로 잘 웃고 우는, 1차적인 희로애락의 표현을 잘 하는 배우를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아요. 저는 매체마다, 작품마다 다른 연기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작품의 성향에 맞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연기의 지향점을 관객이 함께 바라봐주면 그게 즐거운 거죠." 그러면서 그는 "클로드 샤브롤의 영화에서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에서는 외향적인 연기를 보여준다"며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 예로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순정만화'에서의 연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가 연기한 연우는 원작 '순정만화'에서 연우보다 덜 어수룩하고 더 어른스러우며 인생을 좀 더 관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원작을 보면 연우에게는 어떤 히스토리가 없어요. 류장하 감독님은 히스토리를 부여하려고 노력하셨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연우 캐릭터에 있는 것, 그 안에서만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도 많이 넣었고, 좀 더 관조하게 된 거였죠." 유지태는 내달 10일부터 방영되는 SBS 드라마 '스타의 연인'을 촬영하고 있다. 생전 처음으로 안방극장을 찾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그는 "혼잣말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문화를 순수예술로만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이든 연기의 내공을 쌓을 기회가 있기는 하지만 자기만의 만족만 누리면 안되죠. 영화에서 주연 자리는 스타에게 주어집니다. 하지만 혼잣말 하는 배우는 스타가 될 수 없어요. 뛰어난 연기자로만 살기보다는 관객과의 소통도 생각해야 하는 거죠." (서울=연합뉴스)
"우리 관객들은 겉으로 잘 웃고 우는, 1차적인 희로애락의 표현을 잘 하는 배우를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아요. 저는 매체마다, 작품마다 다른 연기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작품의 성향에 맞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연기의 지향점을 관객이 함께 바라봐주면 그게 즐거운 거죠." 그러면서 그는 "클로드 샤브롤의 영화에서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에서는 외향적인 연기를 보여준다"며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 예로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순정만화'에서의 연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가 연기한 연우는 원작 '순정만화'에서 연우보다 덜 어수룩하고 더 어른스러우며 인생을 좀 더 관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원작을 보면 연우에게는 어떤 히스토리가 없어요. 류장하 감독님은 히스토리를 부여하려고 노력하셨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연우 캐릭터에 있는 것, 그 안에서만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도 많이 넣었고, 좀 더 관조하게 된 거였죠." 유지태는 내달 10일부터 방영되는 SBS 드라마 '스타의 연인'을 촬영하고 있다. 생전 처음으로 안방극장을 찾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그는 "혼잣말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문화를 순수예술로만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이든 연기의 내공을 쌓을 기회가 있기는 하지만 자기만의 만족만 누리면 안되죠. 영화에서 주연 자리는 스타에게 주어집니다. 하지만 혼잣말 하는 배우는 스타가 될 수 없어요. 뛰어난 연기자로만 살기보다는 관객과의 소통도 생각해야 하는 거죠."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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