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쓰마부키 사토시·왼쪽 사진) 무명 배우 ‘무라타’(사토 고이치·오른쪽)
일본 영화 ‘매직아워’
모두가 한 번 누려보길 꿈꾸는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 새 영화 <매직아워>가 힘주어 말하는 주제다.
‘빙고’(쓰마부키 사토시·왼쪽 사진)는 항구 마을 ‘수카고’(미국 도시 시카고의 패러디)의 호텔 지배인이다. 그는 마을의 밤을 지배하는 폭력 조직 ‘보스’(니시다 도시유키)의 여자(후카쓰 에리)와 밀애를 즐기다 현장에서 잡힌다. 죽을 위기에 놓인 빙고는 누구도 얼굴을 알지 못하는 전설의 킬러 ‘데라 도가시’를 안다고 거짓말을 꾸며낸다. 데라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던 보스는 “5일 안에 데라를 데려오면 잘못을 덮어주겠다”고 말한다.
고민하던 빙고는 무명 배우 ‘무라타’(사토 고이치·오른쪽)에게 영화 출연 기회를 주는 것처럼 속여 보스 앞에서 데라의 연기를 하도록 만든다. 영화와 현실은 서로 뒤섞이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자질구레한 에피소드들이 어이없는 웃음과 긴장을 자아낸다.
대본도 없고, 리허설도 없는 허술한 현장에서 무라타는 ‘오버’스러운 연기도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빙고의 거짓말은 곧 들통난다. 실망한 무라타는 현장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다.
현장을 빠져나오기 직전, 무라타는 혼신을 다한 자신의 연기가 텅 빈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 순간, 영화는 보스의 여자를 꼬셔낸 맹랑한 청년이 벌이는 코믹물에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수작’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
‘매직아워’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까지의 짧은 순간을 뜻한다. 영화는 꿈을 접고 별 볼일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인생은 그래도 조금은 살 만한 곳이라고, 그래서 포기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속삭이듯 말한다. 지난 2월 숨을 거둔 일본 영화계의 거장 이치카와 곤 감독이 전설의 킬러 ‘데라 토가시’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더 우초텐 호텔> 등을 연출한 미타니 고키가 감독을 맡았다. 27일 개봉.
길윤형 기자,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