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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독립영화계의 봉준호’ 11개의 사랑 뜨개질하다

등록 2008-12-01 18:35수정 2008-12-01 19:40

김종관(33)
김종관(33)
김종관 감독 8년간 찍은 단편
‘연인들’ 제목으로 묶어 개봉
“단편 모아 개봉하는 첫 사례
내게 기회 주어져 고마운 마음 ”

영화감독 김종관(33). 그의 이름은 독립영화계에서 ‘봉준호’ ‘박찬욱’만큼이나 유명하다. 서울예대 출신. 김 감독은 학창 시절 습작인 <거리이야기>(2001)부터 최신작 <올가을의 트렌드>(2008)까지 8년 동안 단편 17편을 만들었다. 그 가운데 수작 11편을 ‘연인들’이란 이름으로 모아 4일부터 서울 저동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한다.

“어릴 때부터 영화가 좋아 비디오 있는 친구들 집을 전전했어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죠. 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일을 하다 문득,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2000년, 서울예대 영화과에 입학해 연출 공부를 시작했어요.”

서울예대 졸업 뒤 처음 찍은 단편은 <운디드>(2002). 김 감독은 “졸업은 했지만, 마땅히 할 게 없었다”고 했다.

“웨딩 ‘알바’라도 하려고 카메라를 샀는데, 그걸로 후배들을 불러 모아 <운디드>를 찍었죠.”

배우는 딱 두 명. 횡단보도 앞에서 연인이 신호를 기다린다. 문득, 풀린 신발끈을 발견한 여자. 신호가 바뀌고, 남자는 무심코 찻길을 건넌다. 신호가 다시 바뀌고, 남녀는 이제 찻길을 사이에 두고 헤어져 있다. 짧은 순간, 여자의 얼굴에 서운한 표정이 어린다. 김 감독은 “당시 불안한 내 처지와 심경이 영화에 무심결에 담겼다”며 “이후 조금씩 영화를 만들어 나갈 용기를 얻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으로 2004년 만든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꼽는다. 유미(정유미)는 대학 선배 정민에게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빌린다. 하지만 친절하게 작동법을 설명하는 선배를 정면으로 응시할 수 없다. “사랑이란 감정이 마냥 좋고, 설레고 하는 느낌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통제할 수 없고, 그래서 왠지 슬퍼지고, 서운해지고 하는 감정들도 있으니까. 그런 느낌을 표현한거죠.”


영화는 한국외대 학보사 사무실을 빌려 반나절 정도 찍었고, 조명 기기를 빌리는 비용 등을 합쳐 ‘10만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작품은 반향이 있었다. <가족의 발견> 등으로 진출한 배우 정유미가 이때 발굴됐고, 김 감독도 독립영화계에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 감독의 작품은 ‘여성의 시점’에 선 것들이 많다. 그래서 때때로 ‘여성주의적’으로 읽힌다. <누구나 외로운 계절>(2006)이 그렇다. 강한 느낌의 여자와 소심한 느낌의 남자가 담장 위에 기대 서 있다. 여자는 난데없이 남자의 얼굴을 잡아 키스한다. 슬며시 여자의 가슴으로 향하는 남자의 손길. 여자는 경쾌한 팔놀림으로 뿌리친다. 그 ‘유쾌한 뿌리침’은 “지금 상황을 지배하는 것은 나야”라는 ‘무언의 선언’으로 들린다.

“단편을 고집하진 않아요. 장편을 만들려면 여러 사람을 설득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그래서 단편으로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해 온 것뿐이죠.”

현재 그는 <바닷가에서>란 이름이 붙은 첫 장편도 준비 중이다. 그의 18번째 작품으로,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고 한다. “단편을 모아 개봉한다는 게, 처음 시도되는 일인데, 고맙죠. 제 작품뿐 아니라, 다른 독립영화들에도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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