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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블로그] 영화 <로큰롤 인생> ‘젊음이여 영원하라’

등록 2008-12-09 13:55

영조처럼 장수한 이도 있지만,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은 대개 40~50세였다고 한다. 하지만 농담처럼 하던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현실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인생을 이모작하라’는 어느 책 제목처럼 이제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혹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중요한 화두이다. 삶의 황혼기에 접어들게 되면 어떤 이는 의술의 도움을 빌어, 어떤 이는 꾸준한 운동을 통해, 어떤 이는 서예 등의 취미활동을 통해 자꾸만 멀어져가는 ‘그것’을 붙잡으려고 한다. 바로 ‘젊음’말이다. 영화 <로큰롤 인생>은 그들 중에서도 노래를 통해 다시 한번 아름다운 청춘을 빛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평균 연령 81세인 노인들이 모여서 펑크밴드 소닉유스의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을 부르고 있다. 정신병에 걸린 친구의 여동생과 대화하는 내용의 노랫말에 대해 카메라 감독이 맘에 드냐고 물어본다. “하나도 마음에 안 들어.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어.” 화면을 채운 할머니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연습이 시작되자 그녀는 이내 노래에 몰입한다. ‘캔(can)’이라는 단어가 71번이나 등장하는 ‘예스 위 캔(Yes, we can)’이 모두의 입을 뒤엉키게 만들었을 때도 그들은 노래한다. 부활절 연휴로 10일간 연습을 쉬는 동안 끊임없이 “캔, 캔”을 외치며 노력한 결과였다.

“노래는 내 삶의 중심이야. 지금 나한테는 노래, 가족, 아들 이게 전부야.” 항암치료를 네 번씩이나 받으면서도 연습에 거의 빠지지 않았다던 조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92세의 아일린 할머니도 만약 자신이 무대에서 쓰러지면 그냥 끌어내고 공연을 계속 이어가라고 한다. “그게 내가 정말 원하는 거야. 난 죽더라고 무지개 위에서 그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볼 거라고.” 그래서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영 앳 하트의 멤버들은 함께 웃고 울던 동료의 부고를 전해듣고서도 노래한다, 노래하는 그들의 ‘영원한 젊음(Forever young)’을.


상영 시간 내내 극장 안에는 웃음과 눈물이 넘쳤다. 아마도 시간이 흐른 뒤면 우리가 서 있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훈훈함과 그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삶에 대한 에너지와 감동이 온전히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언젠가는 우리도 서게 될 그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보여주는 그들의 몸짓, 말 한마디, 그리고 노래. 이 모든 것이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고 기적처럼 느껴졌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노래하던 때가 있다. 열일곱에는 ‘스무 살(푸른 새벽)’을 들으며 스무 살을, 스무 살에는 ‘서른 즈음에(김광석)’을 들으며 서른 살을 기다렸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좋아한다는 일이 참으로 어렵게만 보이던 그런 때였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지금’이 가장 좋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참 편안해졌다. 결국 중요한 건 바로 이것이다. 현재의 자신을 좋아할 수 있는 것, 아껴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것 말이다. <로큰롤 인생>의 주인공이 아름답게 빛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죽음이 문턱까지 찾아왔어도 노래하고, 산소호흡기를 달면서도 노래하는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모두에게 위로가 되었던 그 노랫말들은 사실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Fix you-콜드 플레이) 있었다는 걸 나는 안다.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서, 차가운 스크린과 스피커를 통해 전해오는 그 온기를 느낄 수 있던 것은 그래서였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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