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조인성 “서늘한 배우가 되고 싶다”

등록 2008-12-18 16:13

모델로 데뷔한 지 어느덧 10년이 된 배우 조인성(27). '별을 쏘다',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등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젊은 여성들로부터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유하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의 비루한 인생을 사는 조폭 역을 선택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개봉 이후 꽃미남 스타가 아닌 배우로 길을 걷겠다는 그의 의지는 따뜻한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2년 만에 유하 감독의 '쌍화점'으로 돌아왔다. 유년 시절부터 왕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나 뒤늦게 남자로서의 정체성을 깨달아 가는 무사 홍림 역이다.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생각도, 고민도 많은 배우였다. 어떤 질문에도 재차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답했고 겸손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잊지 않았다.

"제가 이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로 성장했는지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들의 몫이죠. 만약 '쌍화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전적으로 유하 감독님 덕이예요. 홍림에게 제가 천천히 흡수되게 기회를 주셨죠. 저는 무엇보다 '작품'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합니다."

홍림은 입체적인 캐릭터다. 왕으로부터 총애를 받고 충성을 다하다가 왕비와 사랑에 빠지면서 미묘한 감정의 갈등을 겪고 변화해 나간다. 치명적인 사랑을 다룬 영화이니 자연스럽게 노출이 많고 동성애 장면도 들어있다. 이런 어려운 '숙제'를 앞에 두고 그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을 물론 믿지만 저 역시 사람인지라 고민이 많았죠. 노출도 처음인데다 홍림이 워낙 회색지대에 있는 인물이잖아요. 감독님은 나를 염두에 두고 쓰셨다는데 도무지 어디가 나를 염두에 두셨다는 건지 숙제였어요. 찍은 뒤 영화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제가 고민하고 변화하는 모습들이 보이더군요."

그는 영화의 노출신들이 감정과 극의 흐름상 꼭 필요한 장면들이지만 이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데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건 분명한 멜로 영화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뤄질 수 없는 관계, 배신, 욕망, 질투가 응집된 이야기죠. '에로'로 비춰질까 가장 걱정이에요. 열린 마음으로 일단 보고 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는 이렇게 어려운 배역을 맡긴 유하 감독과 세 번째 작품을 함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럼요, 당연하죠"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

그는 최근 공군에 자원했다. 합격하면 내년 봄에 입대하고 더 깊고 울림 있는 연기를 보여야 할 30대로 돌아오게 된다. 돌아온 뒤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묻자 그는 '서늘한 배우'라고 답했다.

"싸늘함을 주는 게 아니라, '기름지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작품 안에서 저 배우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배우구나,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그는 군대에 있는 시간이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비열한 거리' 이후 2년 만에 '쌍화점'으로 돌아왔잖아요. 이후의 작품까지 그만큼의 시간을 고민하고 배운 뒤에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그 안에서도 공부를 계속해야 하고, 시간 역시 저를 바꿔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