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내용에도 20여일만에 370만 돌파
남성과 30·40대도 발길 ‘500만 기대’
남성과 30·40대도 발길 ‘500만 기대’
<과속스캔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의외성’이다. 10월 중순 영화 홍보가 시작됐을 때 언론과 평단의 기대는 크지 않았다.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착한 남자 역에 고정된 이미지의 차태현을, 그 상대 역으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 배우 박보영을 전면에 내세운 캐스팅이 우선 평이했다. 게다가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던 남자에게 애 딸린 자식이 나타난다는 설정도 한국 코미디 영화가 되풀이해 온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평론가 변성찬씨는 “처음 영화를 접했을 때 <조폭 마누라>류의 허접한 코미디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영화의 제작·투자를 맡은 디시지플러스는 관객들의 호의적인 ‘입소문’을 이끌어 내기 위해 개봉 열흘 전부터 무려 5만8천명을 상대로 무료 시사회를 진행해야 했다. 이 회사의 최은별 과장은 “영화의 만듦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과감한 마케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첫 주 40만4천명으로 시작된 관객몰이는 2주차에 50만4천명으로 오히려 늘었고, 4주차였던 지난주 말 48만7천명으로 이어졌다.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는 26일 “<과속스캔들>은 2006년 전국에서 6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미녀는 괴로워>와 비슷한 흥행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영화 모두 1주차보다 2주차의 예매가 많았고, 영화의 주요 소비층이 아닌 남성과 30·40대의 예매율이 늘어나는 ‘대박’ 영화의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흥행 패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영화가 공통적으로 갖는 서사의 흐름이다. 영화에는 노래가 있고, 스타가 있고, 스타에게는 감춰야 하는 비밀이 있다.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타의 사생활과 연예계 이면을 배경으로 삼은 점도 같다.
삶을 바라보는 두 영화의 태도도 매우 흡사하다. 두 영화 모두 적당히 착하지만 속물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김아중)는 못생긴 외모를 극복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감행한다. <과속스캔들>의 남현수(차태현)는 ‘2집 망한 뒤 한 3년 꼬꾸라져 본’ 경험 때문에 딸인 정남(박보영)을 감추려 애쓴다.
두 주인공은 적당히 비루하고 부박한 삶의 작동 원리를 체득하고 있으며, 그를 위해 때로는 ‘진실’을 속여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정신병원에 갇힌 아버지를 외면하는 한나와 옛 애인의 등장으로 봉변을 당하고 있는 딸을 외면하는 남현수의 고통은 ‘선’ 또는 ‘악’이라는 쉬운 잣대로 이해되지 않는 우리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영화평론가 남다은씨는 “적당히 착하고, 속물적이지만 끝내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코드에 요즘 대중들이 많이 공감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주인공은 ‘진실’과 화해하는 방식으로 구원을 얻는다. 영화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은 “결국 영화는 남현수라는 한 남자의 성장담”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진실을 택할 용기를 갖지 못한 대중들에게 영화의 착한 결말은 적잖은 위로가 되는 것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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