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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기다려라 충무로여, 우리가 간다!

등록 2009-01-07 08:41수정 2009-01-07 09:12

[2009 문화현장] 이곳을 주목하라
③ 영화학교 ‘장편영화 과정’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컷, 2기생들 장편영화 촬영 한창
작년부터 장편 제작과정 개설, 베를린영화제 공식초청 ‘성과’

‘신 50의 1-1’.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서류 파일 들고 사무실 안을 가로지른 ‘순애’(김주경)가 회의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컷!”(소상민 감독) “화면에 머리 나온 거 아니예요? 여기 모자 쓴 사람.”(오태석 촬영감독)

“다시 한 번 갈께요.”(소상민 감독)

지난 2일 밤 8시, 서울 합정동 뜨인돌출판사 안 임시 세트장.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영화학교)의 ‘장편영화 제작연구과정’ 2기생인 소상민 감독(영화학교 23기)과 오태석 촬영감독(23기)은 이틀째 밤을 새며 장편 영화를 찍고 있었다. 백수 시인의 실연 후일담을 담은 그들의 데뷔작 <나는 곤경에 처했다>의 촬영 현장. 모니터를 바라보는 소 감독의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요즘 한 숨도 못 잤겠다’는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떡인다.

다시 정적. 순애가 회의실 문을 열고 인사를 건네자, 안에서 기다리던 주인공인 시인 ‘선우’(민성욱)가 어색하게 일어선다. 다시 “컷!” 오태석 촬영감독은 “간단한 신이지만, 극 전개에서 중요한 만큼 긴장하며 찍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학교는 지난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세계의 ‘영화학교’ 가운데 처음 장편 영화 제작과정을 개설한 것. 영화학교는 봉준호·허진호 등 국내 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어 온 걸출한 감독들을 잇따라 배출해 ‘사관학교’라 불려 왔다. 하지만, 교육 과정은 외국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단편 제작과정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최근 과감히 틀을 깬 셈이다. 박기용 원장은 “영화에서 단편은 장편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며 “졸업생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장편 과정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첫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3년 여름. 박 원장이 우연히 졸업생들과 만나 졸업 뒤의 지난한 ‘영화 건달’ 생활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인 것이 계기였다. 얘기가 무르익을 즈음 한 졸업생이 “단편 교육만 받고 장편을 모르니까 시나리오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박 원장은 그때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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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편도 단편처럼 쓰면 된다’고 얼버무렸지만, 그 말이 마음 속에 계속 남는 겁니다. 장편 제작과정을 한번 해봐야겠다고 결심하는 단초가 된 거지요.”

준비는 순탄치 않았다. 굳이 장편까지 교육해야 하느냐는 학내 교수진 사이의 논란이 있었고, 상위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굳이 그런 혜택을 주어야 하느냐’는 인식이 적지 않아 어려운 설득 기간을 거쳐야 했다, 결국 4년 동안의 준비 끝에 2007년 5월, 재학생들로부터 시나리오 공모를 받아 장편 3편과 애니메이션 1편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단순 ‘제작 지원’이 아닌 ‘교육’이었기에, 영화학교 교수진과 선배 감독들이 대거 ‘멘토’로 투입됐다. 박 원장은 “멘토와 학생의 관계는 대학원 석사과정 학생과 지도교수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런 1년 동안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1기생들은 <장례식의 멤버>(백승빈 감독), <어떤 개인 날>(이숙경 감독), <그녀들의 방>(고태정 감독) 이란 장편 영화 3편과 <제불찰씨 이야기>(선경희 등 공동 감독 6명)란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 이 가운데 <장례식의 멤버>와 <어떤 개인 날>은 2월 시작하는 베를린 영화제 ‘포럼 부분’에 공식 초청되는 성과를 올렸다.

영화학교는 올해도 장편 영화 3편과 애니메이션 1편을 만든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학생 본인이 쓴 시나리오여야 한다는 것. 2기는 소상민 감독, 오태석 촬영감독의 작품과 송재윤 감독(24기), 백승범 촬영감독(24기), 최자영 프로듀서(24기)의 <여자 없는 세상>, 류형기 감독(23기), 김현옥 촬영감독 (23기)의 <너와 나의 21세기> 등이다. 영화학교는 전체 예산의 20%인 4억여 원을 이 과정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오케이입니다. 자, 다음 장면 갈께요.”

스태프들은 조명과 카메라 위치를 바꿔가며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백수인 시인 남자가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겪는 일상을 보여주는 거죠. 왜 저러고 살까란 생각이 드는 한심한 남자 얘기죠.”

소 감독은 잠시 긴장이 풀린 듯 영화 얘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날씨 변수만 없다면 촬영은 31일 끝나고, 5월께 완성될 예정. 영화학교의 홍보코디네이터 이정례씨는 “일반 상영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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