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체인질링’
‘살아 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미국 영화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79) 감독의 영화를 보다 보면, 그가 왠지 차분하고 치밀하며 냉정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말이 많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며, 감정을 절제하는 연출 스타일이 불러오는 연상 작용 때문일 것이다.
앤절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 <체인질링>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영화다. <용서받지 못한 자>처럼 불의에 맞서 비타협적인 투쟁을 벌이는 ‘상처받은 영혼’의 이야기이며, <아버지의 깃발>처럼 진실을 파헤치려는 감독의 의지가 돋보이는 역작이다.
잃어버린 아이 찾으려
부패 경찰에 맞선 여성 ‘실화’ 앤절리나 졸리 ‘열연’
인권·권력 배타적 관계 성찰
■ 인권과 공권력의 긴장 관계 <체인질링>은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부패한 경찰에 맞서 싸웠던 한 여자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19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장의 비호 아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경찰은 실종된 아들을 찾아달라는 ‘싱글맘’ 크리스틴 콜린스(앤절리나 졸리)에게 전혀 다른 아이를 데려다주고 사건을 무마하려 든다.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폭로하려고 하자, 경찰은 콜린스를 정신병원에 처넣는다.
영화를 관통하는 큰 줄기는 인권과 공권력의 상호배타적 관계에 대한 성찰이다. 인권이란 애초에 공권력과의 긴장 관계에서 형성된 개념이며, 오랜 기간 용기 있는 개인들의 투쟁을 통해 얻어진 산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또한 공권력은 외부(시민)로부터 적절히 통제받지 않는 한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도 확인하게 한다.
■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세상을 보는 방식 재미있는 건, 열렬한 공화당원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범죄자를 처단하는 방식이다. 교수대에 선 살인자는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울부짖지만, 신부는 끝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 두건이 머리에 씌워지고, 올가미가 목에 걸리고, 두 발을 버둥거리는 살인자의 모습을, 카메라는 거의 실시간으로 응시한다.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범죄자를 응징하는 <더티 해리>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 캘러핸(클린트 이스트우드)이 범죄를 대하는 방식과 같다.
공화당원이라면 인권과 공권력이 맞설 때 무조건 공권력 편을 들 것 같지만, 그건 합리적 보수가 존재하지 않고 ‘울트라 라이트’ 일색인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한 편견이다. 1968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참여한 이후 줄곧 공화당원이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을 개인주의자 혹은 자유주의자라고 표현한다. “모든 사람을 홀로 내버려둬라”가 그의 철학이라는 것이다. 그는 2005년 “마이클 무어가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찰턴 헤스턴(당시 전미총기협회 회장)을 방문했던 것처럼 우리 집에 나타났다면 나는 그를 죽여버렸을 것이다”라고 단언한 적이 있다. 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살인도 불사하겠다는 극단적 개인주의는 <체인질링>의 자유주의 투쟁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 극장 문을 나서도 귓전을 울리는 음악 <원티드> <툼 레이더>의 여전사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앤절리나 졸리, 뻔뻔하고 야심만만한 경찰 반장 역의 제프리 도노번, 콜린스를 돕는 목사 겸 시민운동가 역의 존 말코비치의 앙상블이 없었다면 영화의 감동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또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작곡한 메인 테마곡이 없는 <체인질링>을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는 주유소 직원으로 일했던 10대 후반에 오클랜드의 한 술집에서 재즈 피아노를 연주했고, 2장의 앨범을 냈으며, 2000년 이후 자신이 감독한 거의 모든 영화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장면마다 정확히 계산된 것처럼 흘러나오는 음악은 극장 문을 빠져나온 뒤에도 오래도록 귓전을 맴돈다. 그것은 차분하고 치밀하며 냉정한 진혼곡처럼 들린다. 22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유피아이 코리아 제공
부패 경찰에 맞선 여성 ‘실화’ 앤절리나 졸리 ‘열연’
인권·권력 배타적 관계 성찰

■ 극장 문을 나서도 귓전을 울리는 음악 <원티드> <툼 레이더>의 여전사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앤절리나 졸리, 뻔뻔하고 야심만만한 경찰 반장 역의 제프리 도노번, 콜린스를 돕는 목사 겸 시민운동가 역의 존 말코비치의 앙상블이 없었다면 영화의 감동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또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작곡한 메인 테마곡이 없는 <체인질링>을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는 주유소 직원으로 일했던 10대 후반에 오클랜드의 한 술집에서 재즈 피아노를 연주했고, 2장의 앨범을 냈으며, 2000년 이후 자신이 감독한 거의 모든 영화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장면마다 정확히 계산된 것처럼 흘러나오는 음악은 극장 문을 빠져나온 뒤에도 오래도록 귓전을 맴돈다. 그것은 차분하고 치밀하며 냉정한 진혼곡처럼 들린다. 22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유피아이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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