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호 주연 ‘유감스러운 도시’
한때 한국 영화계를 호령했던 ‘조폭 코미디’는 이미 수명을 다한 장르로 꼽힌다. 2001년 <조폭 마누라>의 성공으로 시작된 조폭 코미디는 이후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으로 변주되며 충무로의 대세를 이뤘다. 그와 함께, 한국 영화의 상상력의 뿌리를 갉아먹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22일 개봉하는 <유감스런 도시>는 정준호·정웅인·정운택 등 이른바 ‘정트리오’가 2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조폭 코미디다. 관전 포인트는 영화가 정트리오의 전작 <두사부일체> 시리즈로부터 어느 정도 진보를 이뤄냈냐는 것.
강력반 형사의 근성이 살아 숨쉬는 교통경찰 장충동(정준호)은 조폭들에게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울의 대표적인 폭력 조직 ‘한양식구파’ 속으로 잠입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한양식구파 쪽에서도 경찰의 집요한 수사를 피해가기 위해 조직 내에서 유일하게 ‘대학물’을 먹어 본 이중대(정웅인)에게 경찰로 잠입하라는 임무를 맡긴다. 영화는 홍콩 누아르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무간도>(2002)의 노골적인 패러디로 읽히지만, 이후 극의 전개는 무간도처럼 긴박하지 않고, 웃음 코드는 <두사부일체>만큼 신선하지도 않다.
조폭 코미디가 그려 온 조폭의 모습은 단순·무식·의리다. 영화 속에서 시크릿·미디엄·에이치디(HD) 텔레비전 등의 단어를 놓고 누가 무식한지 겨루는 조폭들의 말장난은 이제 식상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대량생산되는 공산품같이 차가운 느낌을 준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주머니 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정준호는 지난 12일 열린 기자 시사회에서 “한때 코미디 영화가 많은 사랑도 받았지만, 이후에는 외면도 당했다”며 “지금쯤 다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미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좋았던 옛 시절을 그리워할 수는 있겠지만, 변화 없이 과거의 성공에 매달리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투사부일체> 김동원 감독의 신작.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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