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노부부 세속 관심에 홍역 치뤄

30년을 함께 지내온 최원균 할아버지와 늙은 소는 서로를 보는 눈길마저 애틋하다. 는 이들의 마지막 한 해를 통해 삶과 작별을 말한다.

최근 개봉 10여일 만에 관객 10만명을 돌파해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에 나오는 노부부가 세속의 지나친 관심에 홍역을 치르고 있어서 뜻있는 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영화에서 소를 가족처럼 여기는 모습으로 진한 감동을 줬던 최모(80.경북 봉화군 상운면) 할아버지 내외는 영화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한 달여 전부터 거의 매일 누군가가 찾아오는 바람에 바깥 일을 제대로 하질 못할 정도이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는 물론 개인적으로 이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서 찾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 최씨 할아버지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찾고 있어 적잖은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이 마을 이장 한모씨는 "며칠 전에 어르신이 지팡이로 사진기를 내리치려는 모습을 목격했다"라며 "어르신이 굳이 싫다고 하는데 사진을 찍어대는 일이 많아 정말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달쯤 전부터 최씨 어르신 집을 묻는 전화가 하루도 끊이지 않고 걸려오고 있고 직접 어르신 댁을 찾는 사람도 이어지고 있다"라며 "평생을 조용하게 지내 온 시골 어르신들이 뜻하지 않은 세상 사람들의 방문을 아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영화 제작사측에서 이를 우려하는 긴급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제작사측은 최근 자체 블로그를 통해 "차라리 영화를 내일 당장 상영중지시켰으면 시켰지, 두 분의 일상이 어긋나는 것은 정말 못 보겠습니다"라고 밝혀 이들 노부부가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실감케 했다.

누리꾼들의 질타도 잇따라 ID '녹두'를 쓰는 한 누리꾼은 "다른 사람의 삶마저 예의도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폭력적으로 소비하려 드는 이 천박한 세태를 어찌하면 좋을꼬"라며 장탄식했다.

누리꾼 '푸른별'은 "영화를 보고 지금의 삶을 돌아볼수있는 계기가 되면 좋으련만 왜 찾아다니고 조용한 일상들을 헤집고 다니는지.."라며 세태를 비판했다.

또한 적지 않은 누리꾼들이 "산골소녀 영자 등 영화나 광고에 나온 보통 사람들처럼 시골 어르신들이 좋지 않은 일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봉화군 주민 박모(36)씨는 "굳이 싫다는 시골 노인들을 괴롭히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평생 소와 함께 농사를 지어 온 노부부가 지금껏 그랬듯이 평화롭게 사실 수 있게 도와 드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