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독립영화 흥행 새기록…‘농부-소 교감’ 다룬 다큐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감독 이충렬)가 독립영화의 흥행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인디스토리는 <워낭소리>가 3일까지 전국 극장 38곳에서 관객 10만9882명을 모았다고 4일 밝혔다. 영화는 지난달 15일 개봉해 1주차에 1만1천명, 2주차에 4만7천명을 모았고, 19일째인 지난 2일 10만명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관객이 본 국내 독립영화는 2007년 개봉해 극장에서 5만5천명 남짓이 관람한 다큐 <우리 학교>(감독 김명준)였다. 수입 영화는 아일랜드 음악 영화 <원스>가 22만명으로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원스>의 기록은 3개월 동안 장기 상영한 수치여서, 극장 수가 개봉 때 7곳에서 3주차에 38곳으로 늘어난 <워낭소리>가 <원스>를 앞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현재 <워낭소리>의 주말 좌석 점유율(1월30일~2월1일)은 51.77%로 웬만한 상업 영화 점유율을 웃돌고 있다.
<워낭소리>의 흥행은 상업 영화의 와이드 릴리스 대신 입소문을 빌려 상영관을 늘려가는 새 배급 방식이 독립영화의 대안으로 정착했음을 보여준다. <우리 학교>에 이어 <워낭소리>의 산파 구실을 한 고영재 피디는 “천천히 인지도가 올라가는 독립 다큐 영화의 특성을 고려해 4주차까지 조금씩 상영관을 늘려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워낭소리>는 여든 살 농부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들이 부리는 마흔 살 된 늙은 소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 주관객층은 농촌 향수를 지닌 30~40대이지만, 남녀노소 전 연령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충렬 감독이 3년 동안 경북 봉화의 산골 마을에서 절제와 기다림으로 주인공들을 카메라에 담아낸 것이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사람과 동물이란 보편적이고 서정적인 소재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잊혀지는 고향과 부모님을 정서적으로 환기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피디는 “요즘 많은 영화들이 ‘재미있었어’ ‘짜릿했어’ 등의 단순한 느낌을 주지만, 이 영화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관객들 스스로 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영화 제목의 ‘워낭’은 말이나 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을 말한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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