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핸드폰〉
김한민 감독 스릴러
데뷔작 <극락도 살인 사건>(2007)으로 한국 미스터리 스릴러의 가능성을 제시했던 김한민 감독이 새 영화 <핸드폰>으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현대인들의 필수품 ‘핸드폰’을 성찰하려는 거창한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소통의 수단인 휴대폰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화를 가로막는 주범이 되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인물 설정은 안이한 편이다. 연예기획사 사장 오승민(엄태웅)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아무한테나 반말을 해대는 안하무인형 인간이다.
일의 특성상 “핸드폰을 끼고” 사는데, 정작 아내(박솔미)와는 대화를 피한다. 사채업자에게 빚독촉을 받는 신세인 그의 유일한 희망은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여배우 윤진아(이세나). 그러나 윤진아의 헤어진 애인(김남길)이 ‘섹스 동영상’을 폭로하겠다며 돈을 요구하고, 오승민은 문제의 동영상이 담긴 휴대폰을 분실한다.
우연히 휴대폰을 주운 대형 마트 직원 정이규(박용우)는 별생각 없이 휴대폰을 돌려주려다 반말에 욕설을 일삼는 오승민의 태도에 화가 나 마음을 바꿔 먹는다. 정이규는 다짜고짜 반말부터 해대는 막무가내 고객들에게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던 것이다. 휴대폰으로 시작된 사소한 감정 싸움은 목숨을 건 복수전으로 번진다.
제한된 공간에서 애거사 크리스티 식의 추리 기법을 보여줬던 <극락도…>와 달리 <핸드폰>은 미스터리적 설정을 애초부터 포기하고 스릴러로 직진한다.
영화의 성공 여부를 상당 부분 배우들의 연기에 내맡긴 셈인데,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의문이다. 19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씨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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